돌아온 오승환(38ㆍ삼성)이 복귀 첫 상대 타자부터 초구에 직구를 던져 2루타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KBO리그 대세 타자 이정후(키움)와 승부를 앞두고 슬쩍 발을 뺐다.
오승환은 10일 대구 키움전에서 8회초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 피칭을 했다. 2,442일 만에 KBO리그에 복귀한 그는 첫 타자 박준태에게 시속 148㎞ 직구를 뿌렸다가 통타 당해 2루타를 내줬다. 이후 최고 마무리 투수답게 위기를 넘기고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지만 진땀을 뺐다.
오승환은 경기 후 “정말 오랜 만에 마운드에 올랐다”며 “등장곡도 오랜 만에 들어 옛 기억이 많이 났지만 언제든 역전할 수 있는 1점차 상황이라 다른 데 신경 쓰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박준태에게 2루타를 허용한 상황도 돌이켜봤다. 오승환은 “복귀하면 초구는 무조건 직구를 던지려고 했고, 인터뷰도 그렇게 했다”며 웃었다. 예고한 대로 던진 직구는 결과적으로 상대 타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경기 전 공언했던 부분에서도 한발 물러났다. 이날 복귀를 앞두고 오승환은 기자회견에서 가장 상대하고 싶은 타자로 이정후와 강백호(KT)를 꼽으며 “힘 대 힘으로 붙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더구나 이정후는 오승환이 지켜보는 가운데 5타수 4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이날 둘의 투타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오승환은 “언젠가 상대할 것”이라며 “인터뷰 때 힘 대 힘으로 상대한다고 했는데, 포수 사인에 맡기겠다”고 살짝 입장을 바꿨다.
대선배의 지목을 받은 이정후는 “오승환 선배가 나를 언급해줘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자세를 낮추면서도 “신인 때부터 상대 투수의 등을 보면 이름값에 위축될 수 있어 이름을 보지 않고 그냥 좌투수, 우투수만 구분해 타석에 들어간다”며 오승환과의 대결을 의식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구=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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