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 진압 작전에 투입됐던 미국 워싱턴방위군 내에서 최소 2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철저히 무시된 탓이다. 한풀 꺾인 듯 했던 미국 내 코로나19 양상이 인종차별 반대 집회를 기점으로 재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브룩 데이비스 워싱턴방위군 대변인(중령)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인근과 워싱턴 시내에서 발생한 시위 관리를 위해 방위군 1,700명이 동원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작전상 보안 때문에 정확한 확진자 수를 공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적어도 두 명 이상이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워싱턴방위군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휘관들은 부대원들이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지침을 준수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군사전문 매체 아미타임스는 “시위 진압에 나선 군인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AFP통신 역시 시위 기간 동안 많은 시위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온 반면, 경찰과 방위군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방위군 내부에서 확진자가 확인되면서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워싱턴방위군은 플로리다, 유타 등 미 11개 주(州)에서 파견된 방위군 3,900여명을 지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미 전역에서 병력이 투입된 셈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앞서 “우리는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가 있고, 시위자들은 그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면서도 “시위 자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추가적인 위험에 빠뜨린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시위 진압 작전에 투입됐던 다른 당국도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을 염려하는 모습이다. 워싱턴에 폭동 진압 요원 수십 명을 파견한 연방교정국은 같은 날 요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스틴 롱 연방교정국 대변인은 “다만 강제적인 검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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