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쉼터 거주자 9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중국동포 혐오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9일 구로구에 따르면 8일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확진자 9명이 나온 뒤 전수 검체 검사를 한 결과 194명 전원 음성 판정이 나왔다. 이 쉼터에는 주로 생활이 어렵거나 일을 하기 어려운 60대 이상의 독거 노인들이 장기 거주한다. 8일 쉼터 거주자 한 명이 서울 관악구의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를 다녀온 뒤 처음 확진 됐고, 쉼터 거주자 8명에게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미등록 외국인이 섞여 있는 이주민 사회는 신분상 불안함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워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방역 사각지대’로 지목돼왔다. 하지만 감염 대상이 ‘중국 동포’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들에 대한 기사에는 ‘조선족들은 중국으로 보내라’ ‘외국인이지, 무슨 동포냐’ ‘외국인에게 세금 한 푼도 아깝다’ 등 혐오 표현이 무더기로 달렸다.
‘한국 속 중국’으로 불리는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도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지난 1월 말에 이어 또 한번 중국동포 혐오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란 청원이 올라와 닷새 만에 50만명이 넘게 참여하기도 할 정도로 반중 정서가 크게 심화됐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죽기 싫습니다’, ‘받기 싫습니다’는 문구로 ‘노 재팬(No Japan)’ 포스터를 패러디한 ‘노 차이나(No China)’ 포스터까지 등장했다.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화(41)씨는 “이웃 상인들끼리 또 상권이 죽으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을 주고 받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구로구 측은 “역학조사 결과 중국동포쉼터 거주자들이 외출이 거의 없었고, 일반 신도들과 예배공간도 달랐음이 확인됐다”며 “첫 날 전원 음성 판정과 역학조사 결과를 유추해 볼 때 대규모 지역감염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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