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파주 대성동마을 대상 첫 조사서 구석기 뗀석기 등 수습
정부가 남북 공동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비무장지대(DMZ)에는 무슨 유물들이 있을까.
문화재청은 9일 “국립문화재연구소 위주로 구성된 비무장지대 문화ㆍ자연유산 실태조사단이 지난달 26~29일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실태조사에서 구석기 시대 석기를 비롯한 다양한 유물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이 가장 주목한 유물은 마을 남쪽 구릉 일대에서 확인된 구석기 시대 뗀석기(규암 석기) 2점이다. 사냥을 하거나 물건에 구멍을 낼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찌르개와 날을 세운 석기인 찍개류의 깨진 조각인 것으로 짐작된다. 뗀석기는 2004년 개성공업지구 문화유적 남북 공동조사 때에도 1점이 발견돼 남북 고고학계가 주목한 바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대성동 마을 서쪽을 흐르는 사천의 본류인 임진강 유역에서 적지 않은 구석기 시대 유적이 조사된 적이 있는 데다, 대성동 마을과 북측의 기정동 마을이 사천을 중심으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남북 공동 조사가 이뤄지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400m 거리에 있는 토축성(흙을 쌓아 만든 성)인 태성(台城)의 원형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동서 방향에 문지(門址ㆍ성문이 있었던 자리)가 보였고, 서쪽 문지와 외곽 둘레에서 고려ㆍ조선 시대 토기와 기와 조각이 수습됐다. 주변에서는 시기가 이른 유물도 발견됐다. 접근이 어려운 북쪽에서는 치(雉ㆍ성벽에서 돌출시켜 쌓은 방어 시설)로 추정되는 곳을 지상 라이다(LiDARㆍ근적외선 레이저로 대상물의 물리적 특성을 측정하는 첨단 장비)를 이용해 확인했다.
구석기 유물이 나온 마을 남쪽 구릉 일대에선 고려 시대 일휘문(日暉文ㆍ원형 돌기 문양) 막새, 상감청자 조각, 전돌(벽돌), 용두(龍頭) 장식 조각 등 통일신라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유물이 확인됐다. 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지표면에 고려ㆍ조선 시대 유물들이 흩어져 있고, 접근이 힘든 구릉에서도 봉분 등이 산발적으로 확인된다”며 “마을 대부분 지역에 매장문화재가 분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성동 마을의 경관적 특징도 이번 조사 대상이었다. 1953년 정전협정상 유일하게 주민 거주가 가능한 DMZ 남측 구역인 이 마을은 1972, 1980년 정부 주도의 종합개발계획에 따라 조성돼 경관이 전형적인 농촌과 다르다. 서쪽에 자리한 북측 기정동 마을을 마주보게 하기 위해 주택은 모두 서향으로 건축됐는데, 층수를 높이고 택지는 격자형으로 조성했다. 조사단은 이번에 마을 주민을 인터뷰해 주민 삶의 변화 양상도 조사했다.
마을에는 국내 최고 높이(99.8m) 국기 게양대와 공회당(자유의 집) 등 다른 농촌 마을에서 볼 수 없는 시설도 있다. 1959년 벽돌집 형태로 지어진 공회당은 구조와 시공, 디자인 면에서 당시로서는 주목할 만한 모더니즘 건축 양식을 보인다는 평가다.
DMZ 유산 실태조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태봉 철원성, 고성 최동북단 감시초소(GP) 등과 대암산ㆍ대우산 천연보호구역, 건봉산ㆍ향로봉 천연보호구역 등 40여곳을 대상으로 내년 5월까지 이어진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거쳐 DMZ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국제평화지대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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