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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된 北 ‘벼랑끝 전술’… 군사합의부터 파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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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된 北 ‘벼랑끝 전술’… 군사합의부터 파기 가능성

입력
2020.06.10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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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南과 연락 채널 전면 차단… 전단 비난 뒤엔 ‘北美 교착’ 불만 

 남한을 ‘적’으로 규정, 기조 전환…美 대선까지 긴장 고조 지속 전망 

지난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오른쪽) 당 제1부부장이 경기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오른쪽) 당 제1부부장이 경기 파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 참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남북관계가 2018년 해빙 분위기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북한이 남북 간 소통창구를 모두 닫으면서다. 특히 남북교류 중단을 넘어 군사적 충돌을 암시한 대목도 심상치 않다.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ㆍ남북관계에 응축됐던 북한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당분간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며 대남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9일 △청와대-노동당 중앙위원회 직통 통신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동ㆍ서해지구 군 통신선 △남북통신시험선 등 남북 간 모든 연락채널을 차단했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촉구하며 ‘최악의 국면’을 경고하고, 5일 통일전선부의 ‘갈 데까지 가보자’는 압박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남북관계를 2018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강경 메시지’로 해석된다. 2018년 4ㆍ27 판문점선언과 9ㆍ19 평양선언 및 남북군사합의 등을 계기로 신설ㆍ복구한 남북 소통창구를 모두 닫았기 때문이다.

김여정 담화 후 남북관계. 그래픽=김대훈 기자
김여정 담화 후 남북관계. 그래픽=김대훈 기자

실제 북한은 과거에도 남북관계 고비마다 공세국면으로 전환할 때는 연락채널부터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6년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에 따른 이명박 정부의 5ㆍ24 조치 단행 당시에도 항의 표시로 남북 연락채널부터 끊었다.

북한의 대남 압박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촉발됐으나 이면에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진전 없는 남북ㆍ북미관계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이날 북한이 남측을 적으로 보겠다며 적대시정책 기조 전환을 알리면서 지난 2년간의 평화프로세스를 사실상 ‘실패’로 규정한 것도 마찬가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남측이 2018년 판문점선언과 9ㆍ19 군사합의만 했을 뿐 실질적 이행을 위한 노력이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통창구를 닫은 북한은 앞으로 도발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건 당분간 남북 방역협력을 비롯한 협력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남북관계 성과로 보는 9ㆍ19 군사합의부터 파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폐지 △개성공단 폐쇄 △9ㆍ19 군사합의 파기 카드를 언급했다. 이 가운데 개성공단 폐쇄의 경우 남측 기업인의 재산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이미 운영을 중단한 상태라 당장 압박감이 크지 않은 카드다. 그러나 군사합의의 경우 파기를 선언한 뒤 한미연합군사연습 실시나 전략자산 반입 등을 명분 삼아 대남 도발로 나설 경우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의 이번 압박이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남북ㆍ북미ㆍ북중관계 전반에 걸쳐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성해 상대방의 양보를 유도하거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보라는 얘기다. 11월 미국 대선 전망이 확실해지기 전까지는 북미 협상 진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남북 간 긴장을 최고 수위로 끌어 올리고, 북중 친선을 강조하는 게 대미 압박에도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이 ‘단계적 조치’를 예고한 만큼 향후 남측 대응을 보며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며 “북한이 모든 상황을 고려했겠지만 묘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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