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 다 빼앗길 처지인데 공룡 여당 막을 뾰족한 수 없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취임 한 달 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자칫 177석 공룡여당에 상임위원장 18석을 모두 빼앗길 처지지만, 이를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탓이다. 취임 초반 김종인 비상대책위 출범, 미래한국당 합당 등 굵직한 이슈를 속전속결 처리하며 “역시 지략가”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본업’인 원내 협상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주 원내대표의 한 달은 순항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대 숙제였던 비대위 임기 문제를 매듭지으면서 김종인 비대위를 띄웠고, 미래한국당 지도부의 미온적 태도로 기약 없이 미뤄지는 듯했던 합당도 21대 국회 시작 전에 정리했다.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원내 요직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특임장관 등을 거치며 갈고 닦은 정치력이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합당이 변하고 있구나’란 인식을 심는 데도 성공적이었다. 첫 현장 행보로 통합당 대표로 자격으로 4년 만에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고, 닷새 뒤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기 추도식도 찾았다. 1년 전 발생한 당내 일부 인사들의 5ㆍ18 망언을 대신 사과하면서 외연 확대 가능성도 열었다.
하지만 원내사령탑 자격으로 첫 시험대라 할 수 있는 원 구성 협상에서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모든 법안이 ‘더불어민주당 입맛대로’ 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법제사법위원장직을 반드시 사수해야 하지만, ‘숫자의 힘’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 앞에 꺼낼 수 있는 전략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인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선출을 표결에 부쳐 전부 가져가는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국회법 등 관련 규정을 모두 검토했으나 사실상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댈 곳은 여론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당 소속 의원들은 일단 주 원내대표를 믿고 뭉쳐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한 3선 의원은 “지금은 주호영이 아닌 누가 오더라도 여당 막무가내를 당해낼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끝내 원 구성 협상을 빈손으로 끝낸다면, 리더십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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