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축사회가 온다] 출산율 높은 국가들, 유급 가족돌봄 휴가부터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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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가 온다] 출산율 높은 국가들, 유급 가족돌봄 휴가부터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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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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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연기된 초등학교 1,2학년 및 유치원생 등교수업이 재개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세륜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재고 있다. 홍인기 기자

올해 상반기 직장인 심모(34)씨가 매일 한 고민은 ‘6살 딸을 어디에 맡기느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린이집이 휴원하면서 심씨는 한동안 멀리 사는 친정부모에 기댔다. 휴가를 내고 직접 딸을 돌보고 싶었지만 직원 스무명 남짓의 작은 회사에 다니는 심씨로선 도무지 눈치가 보였다. 가족돌봄휴가 역시 그에겐 ‘빛좋은 개살구’였다. 지원금이 일 5만원이라 급여보다 한참 적었기 때문이다. 심씨는 “아이를 돌볼 거면 덜 벌라는 건데 이걸 보고 과연 누가 아이를 더 낳겠나”라고 말했다.

재난은 청년세대의 ‘수축 본능’을 깨우고 있다. 감염병 유행에 따른 돌봄공백 심화, 그리고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용난은 ‘출산은 사치’라는 현실자각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가족돌봄휴가는 한국의 가족정책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돌봄공백 대안으로 장려됐지만, 무급인 탓에 재난시기 한시적 지원금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상황.

반면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의 경우 이미 유급 가족돌봄휴가를 도입해 예상치 못한 돌봄 필요에 대응 중이다.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출산율이 1.85명에 달하는 스웨덴에서는 노동자가 만 12세미만 자녀를 위해 최대 120일간의 돌봄휴가를 쓸 수 있는데, 이 기간 급여의 77.6%가 보전된다. 출산율이 1.81명인 아일랜드에서는 자녀의 나이와 상관없이 최대 5일간 급여가 100% 보전되는 돌봄휴가를 쓸 수 있다. 출산율 1.71명인 노르웨이 역시 12세 이하 자녀를 위해 급여를 전액 보장하는 10일간의 돌봄휴가를 제공한다.

차이는 ‘출산ㆍ육아는 공동체를 위한 것’이라는 근본 합의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공인노무사인 이민경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우리 조직문화는 직장인이 육아를 위해 시간을 내면 ‘프로(전문가)답지 못하다’고 치부한다”며 “휴가는커녕 칼퇴근만 하려 해도 눈치가 보이고 최저일급(6만8,720원)보다 적은 돌봄지원금을 지원하는 상황은 저출산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는 결국 가족정책에 대한 ‘과소지출’로도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은 돌봄휴가 등 일ㆍ가정 양립제도 확보는 물론, 주택보조금 지급(프랑스), 전 소득계층 16세미만 자녀 아동수당 지급(영국ㆍ스웨덴) 등 실질적인 양육비 경감에 힘쓰고 있다. 이들 국가가 저출산 예산의 38~52% 정도를 현금성 지원에 쓰는 반면, 한국은 13%에 그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축으로 청년층의 미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의 경제적 안정을 지원하는 것은 저출산 대책에서 더욱 더 중요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한국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고출산 국가에 비해 규모가 현저히 낮다”며 “아동수당 수급대상을 18세미만 아동까지 확대하고 현행 육아휴직급여를 모든 양육자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부모휴가급여로 개편하는 등 현금지출 확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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