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만나 대선 불출마 선언… 당권 주자 홍영표도 만나기로
이낙연 대세론에 정면대결 선언… 李측 집중견제에 강한 불쾌감
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대선 불출마를 전제로 한 당권 도전’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오는 8월 열리는 민주당 대표 경선(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굳히고 9일 주변에 이를 알렸다. 김 전 의원의 대선 포기 선택은 이낙연 의원의 대세론을 견제하는 기류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당권을 징검다리 삼아 대권으로 가겠다는 이 의원의 구상도 다소 흔들리게 됐다.
◇“대표 임기 채우겠다”… 김부겸, 이낙연 조준
김 전 의원은 이날 본보 통화에서 “오늘 우원식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우 의원이 ‘당권에 나서면 7개월 하고 그만 둘 거냐’고 묻기에 ‘당대표 임기 2년을 모두 채우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우 의원도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 전 의원이 임기 2년 문제를 특정해 거론한 것은 이낙연 의원이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7개월짜리 대표’가 될 것이란 현실을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민주당 당헌은 ‘대선에 출마할 후보는 대선 1년 전 당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로, 이 의원이 대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내년 3월에 대표직을 내놔야 한다. 대선을 1년 앞두고 여당 리더십을 또 다시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의원이 당권과 대권을 독식하려 하느냐’는 거부감이 여권 주류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터였다.
김 전 의원이 우 의원과의 만남을 제안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비(非) 이낙연 진영이 연대하는 구도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의원은 10일 또 다른 당권 주자인 홍영표 의원을 만나 당 대표 출마를 상의할 예정이다. 다만 김 전 의원은 통화에서 “이 의원과도 만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커지는 이낙연 견제론... 이 의원은 ‘예의주시’
앞서 김 전 의원은 대권 직행도 검토했다. 21대 총선 유세 중에 대선 출마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4ㆍ15 총선 이후 당권 도전 권유 등을 접하며 궤도를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30%대를 지키고 있는 이 의원과 대선에서 바로 맞붙는 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이 ‘큰 꿈’을 아예 접은 것은 아니다. 그의 한 측근은 “당권 도전으로 존재감을 지켜야 하고, 특히 문재인 정권의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 본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낙연 견제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도 감안한 듯하다. 최근 들어 여권엔 ‘당권파와 친노무현ㆍ친문재인 진영 일부에서 김 전 의원을 지원 사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권으로, 김 전 의원은 당권으로 역할 분담을 한 게 아니냐’는 설도 꺼지지 않고 있다. 홍영표 의원과 우원식 의원은 8일 현재 전당대회 출마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은 집중 견제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의 한 측근은 본보 통화에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과 가까운 인사는 최근 민주당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의원들을 만나 “이 의원 출마가 당권ㆍ대권 분리규정을 어기는 것도 아니고 특권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이 의원의 충정을 왜곡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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