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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원점에서 논의하자” 아시아나 인수 가격 놓고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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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원점에서 논의하자” 아시아나 인수 가격 놓고 기싸움

입력
2020.06.09 19:4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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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창립 31년 만에 금호를 떠난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가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올 상반기까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이 9일 “원점에서 재협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인수가 변경 등을 놓고 채권단과 현산 측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산 “인수의지는 있지만 상황 너무 변했다”

현산은 이날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 변함이 없음을 밝혔다”면서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 등 산업은행 및 계약 당사자들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성공적으로 종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채권단은 2주 전 현산에 “이달 말까지 인수 의사를 밝혀야 계약 연장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작년 말 체결한 인수 계약의 종결 시한이 이달 27일인데, 현산 측이 차일피일 시간을 끌자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한 것이다.

현산의 이날 발표는 ‘인수의사가 있으니 데드라인을 연장하자’는 회신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계약 조건을 원점에서 재협상하자’는 조건을 붙인 것이다. 이에 따라 최종 시한은 최대 12월 27일까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산은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부실이 많았고 △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과도하게 악화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계약 체결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만큼 재협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말 현재 계약 당시(2019년 반기 말 기준)에 비해 1만6,126% 급증했고, 자본 총계도 같은 기간 1조772억원 감소해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공 넘겨받은 채권단, 뭘 내줄까

채권단은 현산이 인수의지를 재확인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재협상’ 범위에 대해선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상황 변화가 있었던 만큼 재협상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인수가격 재조정이 될 전망이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를 3,228억원에 사들이고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2조1,772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현산 측은 두 가격을 모두 조정해달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종가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4,440원으로 인수가격이 확정 발표된 작년 12월27일(5,430원)에 비해 주당 1,000원 이상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채권단은 인수가격 등 핵심 조건에 대해선 재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인수가가 낮아질 경우 구주 대금을 받아 그룹 재건에 나서려던 금호 측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다는 점도 변수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인수 즉시 갚아야 하는 자금 상환이나 유상증자 일정을 연기해주는 등의 ‘당근’을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산은은 입찰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이 산은에서 빌린 돈 1조원 가량을 인수 즉시 갚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시장에서는 현산이 사실상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업황 악화보다 예상보다 부실이 많고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의 부적절한 행위 등을 강조한 것을 보면 추후에 계약금(2,500억원) 환급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결국 ‘승자의 독배’를 피하기 위해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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