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 정원 규제를 재검토하고, 전공 선택 시기를 유연화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언이 나왔다. 대학 서열화와 맞물려 원하지 않는 전공을 택하는 학생이 많고, 이에 따라 국내 대졸자의 대학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부조화)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의료 분야 정원을 늘리고 교육 분야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시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같은 내용의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보고서를 9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대졸자 미취업자가 26.8%에 달하고, 한국 대졸자의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 비율(50%)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며 그 원인 중 하나로 ‘전공 선택’ 문제를 꼽았다.
보고서는 먼저 수도권 소재 대학이 총량 정원 규제를 적용 받는 점을 지적했다. 총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 특정 전공 정원을 늘리려면 다른 학과에 감원을 설득해야 해 정원 조정 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전국 4년제 사립대학에 전공별 경쟁률에 따라 입학정원 조정이 있었는지 분석한 결과, 비수도권 사립대학에서는 어느 정도 조정이 이뤄진 반면 수도권 사립대학에서는 전공별 입학 정원 조정이 아예 없는 수준이었다.
보건ㆍ교육 등 특수 전공 정원을 대학이 임의로 조정할 수 없다는 점도 전공 선택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특수 전공 정원 규제가 해당 전공자의 소득과 안정성을 높여줘 학생들의 전공 선택이 한 편으로 쏠리는 부작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KDI가 2018년 전국 4년제 대학 신입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신의 전공을 바꾸고 싶다고 응답한 비중은 28.2%에 달했는데 인문 계열은 주로 교육 계열로, 자연 계열은 의약 계열로 변경을 희망해 '특수 전공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그밖에 노동시장에 관한 불충분한 정보, 전공 선택 시기의 획일성 등도 원하지 않는 전공을 선택하는 이유로 지적됐다.
높은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는 △기존 정원규제 재검토 △진로교육 강화 △전공 선택 시기의 유연화가 제시됐다. 보고서는 특히 “인구 고령화와 함께 수요가 예상되는 의료 분야의 경우 증원이 필요할 수 있다”며 “학령인구 감소로 교원 수요가 축소되고 있는 교육 분야는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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