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정부차원 법제처 활용 주문도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이른바 ‘카드깡’ 수법으로 화물차 유가보조금을 빼돌리는 부정 수급과 관련해 “형사 처벌 조치도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솜방망이 처벌 탓에 부정 수급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유가보조금으로 한해 1조5,000억원 가량을 쓰고 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유가보조금 부정 수급과 관련한 제재 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유가보조금 부정 수급 관련 형사 처벌 현황을 보고하라는 지시도 덧붙였다. 유가보조금 부정 수급 적발 건수는 올해 상반기만 685건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처벌 문제를 특정해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부가 재정 확대 기조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각종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가보조금의 부정수급 예방을 위해 행정 제재 처분을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이날 국무회의에서 심의ㆍ의결했다. 운송사업자 등이 부정한 방법으로 유가보조금을 지급받는 것에 가담하는 주유업자는 유류 구매 카드 거래 정지를 당하는데, 정지 기간을 늘리는 게 개정안 골자다. 1회 적발되면 6개월에서 3년으로, 2회 적발되면 1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범정부 차원에서 법제처를 많이 활용해야 한다. 법제처가 실제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필요하다면 인원도 보강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역할 강화 필요성을 직접 언급하는 식으로 특정 부처를 치켜세운 건 이례적이다. 적극 행정을 통한 ‘확실한 성과’를 위해서는 법제처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법제처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히 법제처를 띄워주기 위한 발언이라기보다는 적극 행정을 독려하는 차원이라고 봐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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