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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독 미군 감축’ 위협에 대서양 동맹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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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주독 미군 감축’ 위협에 대서양 동맹 흔들

입력
2020.06.09 19: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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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에 방위비 증액 압박하려다 러시아ㆍ중국만 이익볼 것”

“트럼프의 일방통행이 유럽ㆍ아시아 동맹국들에 실망감 안겨”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영국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에 기반한 유럽의 안보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 조치가 당장 미국과 유럽 간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흔드는 건 물론 러시아의 유럽 내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8일(현지시간)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러시아의 군사활동 등을 언급하며 “향후 10년간 우리가 직면할 도전은 우리 중 누군가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보다 클 것”이라며 “유럽도 미국도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주독미군 감축설’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나토 동맹국의 단합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미국에 우회적인 불만을 표출한 것이다.

앞서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현 3만4,500명인 주독미군을 9월까지 2만5,000명으로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미국과 독일 간에는 이미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보를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백악관은 관련 보도를 부인하지 않은 채 “지금은 발표할 게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해외 주둔 미군의 최고 태세를 재평가 중”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에 유럽 각국에서는 미국이 나토 회원국들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할 목적으로 유럽의 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반감이 확산하고 있다. 나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러시아(당시 소련)의 유럽 침공을 막기 위해 구성됐고, 그 중에서도 주독미군은 한 때 40만명에 달할 정도로 줄곧 유럽 방위의 핵심 축으로 기능해왔다. 현재도 해외 파병 미군 가운데 최대 규모다.

그런데 미국이 유럽 동맹국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주독미군을 철수시키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독일 집권 기독교민주연합의 요한 바데풀 원내부대표는 “(나토의) 불협화음에 오직 러시아와 중국만 이익을 본다”고 비판했고, 영국 보수당 소속 토비아스 엘우드 하원 국방위원장도 “독일의 방위비 증액을 위해 나토를 약화시키겠다고 압박하는 건 러시아의 손에 놀아날 수 있는 위험한 게임”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통행 외교가 독일과 유럽은 물론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미군 철수는 우리 모두를 위협한다”면서 “한국과 일본 같은 나라들은 의문의 여지없이 안보를 보장해주리라 믿었던 미국을 점점 불신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오판 위험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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