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주민 쉼터에서 9명 무더기 확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동포교회 입구에는 9일 폐쇄명령서가 붙어 있었다. 방역 당국이 교회 근처에 설치한 선별진료소에는 마스크를 쓴 이들이 코로나 진단검사를 받기 위해 수시로 오갔다. 낮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치솟은 무더위에도 방역복으로 무장한 진료소 근무자들의 눈빛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주민 지원단체가 운영하는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는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64세 남성을 시작으로 전날까지 총 9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서울 관악구의 건강용품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를 다녀온 첫 확진 남성이 쉼터 거주자들에게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구로구 대책본부 관계자는 “중국동포교회뿐 아니라 인근 창대교회, 한중사랑교회 쉼터 거주자들과 교회 당직자, 교인들 모두 검사를 받도록 했다”면서 “선별진료소가 설치된 전날 174명에 이어 오늘은 17명이 추가로 검사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미등록 외국인이 섞여 있는 이주민 사회는 신분상 불안함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워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방역 사각지대’로 지목돼왔다. 결국 집단감염이 현실화하자 주민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동포교회 인근 아파트 관리소장은 “의심증상이 있는 경우 지체 없이 보건소로 가라는 안내방송을 하루에 5번이나 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수시로 공용 문 손잡이 등을 소독한다”고 밝혔다.
중국동포교회와 100m 남짓 떨어진 가산초등학교 학부모들도 전전긍긍이었다. 2학년 초등학생 학부모 이모(37)씨는 “바로 앞 교회에서 확진자가 속출해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될 지 걱정”이라고 불안해했다. 가산초등학교 관계자는 “확진자 발생 소식에 평소보다 등교하지 않은 학생이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 속 중국’으로 불리는 서울 대림동 차이나타운도 다시 긴장감에 휩싸였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지난 1월 말에 이어 또 한번 중국동포 혐오 현상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극도로 우려했다. 영등포구 대림중앙시장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화(41)씨는 “이웃 상인들끼리 또 상권이 죽으면 어떻게 하냐는 걱정을 주고 받는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이날 오후까지 추가 검사에서 확진자가 더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사업장 중심으로 시설관리 책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성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감염을 막기 위해 사업장마다 방역관리자를 지정해 자체 모니터링을 하면서 방역 정보를 지방자치단체 및 정부와 실시간으로 교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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