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대선주자로 꼽히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9일 “보수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전자”라며 “진보의 아류가 돼선 영원한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종인 체제’를 작심하고 견제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보수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중도로 확장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
원 지사는 국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강에서 “실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대에게 4연속 참패를 당한 뒤 변화를 주도했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잃어버렸다”며 2016년 20대 총선 이후 전국 단위 선거에서 내리 패배한 통합당의 무기력한 현실을 진단했다. 원 지사는 “외국 히딩크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 받아야 하는 현실, 이것이 초현실인지 머리를 뭔가로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외국 히딩크’는 김종인 위원장으로, 그의 통합당 뜯어고치기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원 지사는 2022년 대선을 겨냥,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보수의 유니폼을 입은 우리의 승리여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을 ‘용병’으로 지칭한 것은 상당히 수위 높은 공격이다. 김 위원장과 대선까지 동행할 수 없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원 지사의 이 같은 보수 선명성 행보는 앞으로 본격적 대선 행보를 예고하는 것이다. 원 지사는 “내 인생 중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며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원 지사를 특강에 초청한 건 김 위원장과 각을 세우고 있는 장제원 통합당 의원이다.
김 위원장은 원 지사의 발언과 관련해 “굳이 신경 쓸 것이 뭐가 있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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