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들어 확인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96%가 수도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접촉자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도권 집단감염 사례도 지속적으로 확인됐다. 서울 리치웨이에 이어 경기 성남시의 방문판매업체에서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고, 경기 광명시 노인복지시설 등에서도 다수의 확진자가 나타났다. 갈수록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2차 대유행’의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정부는 긴급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방역수칙 관련 법률을 어긴 개인과 업체, 기관을 적극적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치료비나 방역비용에 대한 손해배상(구상권)도 청구한다.
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안본)에 따르면 이달 발생한 신규 지역사회 감염 확진자 313명 가운데 303명이 수도권에서 감염된 사례로 집계됐다.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 규모는 한달 사이 8.7명(4월 26일~지난달 9일)에서 39.6명(지난달 24일~이달 6일)으로 4배 이상 뛰었다. 이달 6일까지 최근 2주 동안 확진자가 50명 이상 발생한 날은 5일(35%)이었다. 지난달 6일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체계를 돌린 이후, 확진자가 10명 이상 발생한 집단감염 사례는 10건으로 모두 수도권이 진앙이었다.
중안본은 수도권 대유행을 우려하고 있다. 9일 0시 기준 하루 동안 발생한 신종 코로나 확진자(38명) 중 33명이 수도권에서 나타났다. 이날까지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가 68명(중국동포교회 쉼터 관련 9명 포함) 발생한 가운데, 또 다른 방판 업체인 경기 성남시 엔비에스 파트너스 관련 확진자가 6명 추가로 확인됐다. 이밖에 서울 강서구의 SJ투자회사콜센터와 관련해서도 4명이 확진됐다. 송파구 강남대성학원에선 급식실 근무자 1명이 이날 확진 되면서 수강생 등 451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다. 경기에서는 광명시 노인복지시설에서 시행된 입소자와 종사자 전수검사에서 6명의 확진자가 새로 나타났다. 이 노인복지시설에서 처음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는 지난달 31일 용인시 큰나무교회의 예배에 참석했다. 노인복지시설과 큰나무교회 관련 확진자는 서울 양천구 탁구장에서 발생한 집단감염(51명 확진)과 관련이 있다. 이날 서울시 누적 확진자 규모(1,019명)는 첫 신종 코로나 환자 발생 후 137일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결국 정부는 방역수칙의 강제력을 높이기로 했다. 개인이나 업체 등이 방역수칙을 준수해야하는 법적 근거를 감염병 예방법에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위반자에게 즉시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도 신설할 계획이다. 현행법으로도 지방자치단체장이 행정명령을 이용해 유흥업소 등 고위험시설에 방역지침 준수를 강제할 수 있으나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다.
법무부는 또 역학조사를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거부하거나 방역정책을 적극적으로 방해한 자는 구속해 수사하는 원칙을 세울 방침이다. 재판에서 실형이나 벌금형 상한선이 선고될 수 있도록 하고, 선고형량이 사건처리 기준에 못 미치면 적극적으로 항소하겠다면서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까지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해 구속된 사람은 모두 6명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열린 긴급장관회의에서 “수도권 집단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개인과 사업주에 엄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감염이 우려되는 시설과 사업장엔 적극적으로 행정명령을 내리고, 명령을 위반한 경우 법에 따라 예외 없이 고발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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