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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의 죄’ 진실 찾기… 재심 인용 2.3%의 벽 뚫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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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의 죄’ 진실 찾기… 재심 인용 2.3%의 벽 뚫을까

입력
2020.06.09 17:0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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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변호인단 “내란목적 아닌 단순 살인죄 적용” 고법에 재심 청구

당시 계엄법·민간인 군사재판 등 재심 논거로 받아들여질지 주목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욱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재규 형사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강신욱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김재규 형사 재심 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집행을 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들이 제기한 ‘10ㆍ26 재심 청구’가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다. 2%에 불과한 재심 인용 비율을 뚫어 내기가 만만치 않지만, 법원이 이 사건을 재심 대상에 올리게 되면 10ㆍ26 사건을 재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어 법조계의 관심이 크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부장의 여동생과 재심 변호인단은 “김 전 부장에게 내란목적이 아닌 단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달 26일 서울고법에 재심 청구서를 제출했다. 현재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성수제)에서 재심의 타당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 차지철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해 내란목적 살인죄와 내란 미수죄로 기소 6개월만에 사형을 받았다. 살인 행위 자체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그 동기에 대해서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평가나 해석이 분분하다. 유족과 변호인단은 재심을 통해 그 동기를 밝히겠다고 주장한다.

변호인단은 재심 개시가 가능한 첫 번째 논거로 당시 계엄법 19조를 든다. 비상계엄 선포로 군법회의를 받은 자가 불복할 때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인데, 김 전 부장 사형 집행 후인 1981년 개정되며 삭제됐다. 변호인단은 계엄법 19조가 5ㆍ18민주화운동법처럼 다른 법에 우선하는 ‘특별 재심’ 규정이라는 입장이다.

민간인인 김 전 부장을 군사법원에서 재판한 점도 논란 거리다. 변호인단은 “군사법원에서 재판받게 한 근거가 된 유신헌법 54조와 당시 계엄법 16조는 위헌”이라는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또는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할 경우 이 법의 적용을 받아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일례로 2016년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마지막 합헌 결정이 났던 2008년 이후 간통죄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었다.

최근 자료로 드러난 ‘쪽지 재판’ 등 불공정 재판 정황도 재심 시작을 가늠할 변수다. 이번에 공개된 재판 실황 녹음 테이프를 보면 전두환의 보안사령부가 쪽지로 재판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고, 변호인단에서는 그 쪽지를 전달한 사람이 누구인지까지 특정했다. 다만 실제 재심까지 이어지려면 이를 바탕으로 쪽지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재판에 영향을 줄만한 내용이었는지, 당시 법관이 실제로 쪽지의 영향을 받아 판결했는지 밝히고 당시 법관이 위법 행위를 했다는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형사재판에서 재심을 청구해 받아들여진 비율은 2.3%다. 김 전 부장의 재심은 40년 전 사건을 다뤄 재심 개시 여부가 더욱 불투명하다. 다만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장면이었던 10ㆍ26 재심이 시작되는 경우, 관련 증거가 세상에 새로 밝혀지고 당시 묻혔던 진실이 드러날 수도 있어, 역사적 평가가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김재규가 왜 쏘았는지에 대한 국가차원의 기록이 나오는 것”이라며, 재심이 10ㆍ26에 대한 정치세력의 아전인수격 평가가 아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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