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 묘비 쓰러뜨리고 ‘BLM’ 낙서…알고 보니 백인 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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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 묘비 쓰러뜨리고 ‘BLM’ 낙서…알고 보니 백인 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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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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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안관 사무소 500달러 수배…SNS서 흑인 시위대 오해 받아 

 논란 커지자 한 백인 “내가 한 일…유명해질 테니 신경 꺼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파우더스빌의 한 공동묘지의 묘비들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등으로 훼손돼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미국의 한 공동묘지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인종차별 항의시위 구호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문구와 함께 훼손된 묘비들이 발견돼 공분이 일고 있다. 사건 초기에는 시위가 과열되면서 흑인이 벌인 일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왔지만 한 백인이 사실 자신의 소행이었다고 밝히고 나서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앤더슨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는 5일(현지시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파우더스빌에 있는 실로암 침례교회에서 지난 2일에서 3일 사이 일어난 기물 파손 사건을 형사부가 조사하고 있다”며 쑥대밭이 된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피해를 입은 망자의 가족들은 주 지역방송인 WSPA에 “좌절감이 들고 마음이 아프다”라며 “이런 행동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증오하도록 만들 뿐이다. 나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불쌍할 따름”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보안관 사무소에서는 범인의 체포로 이어지는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500달러(약 60만 원)를 주겠다며 수배령까지 내건 상황이다.

이 사건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와 레딧(reddit), 9개그(9gag) 등 각종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지면서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온라인에서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죽은 자의 무덤을 훼손하는 것은 가장 악한 일 중 하나”(de****), “정당한 대의를 위해 싸우더라도 이런 태도로 선전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다”(da****) 등 인종차별 시위대가 벌인 일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반응이 즉각 나타났다.

이와 함께 “이 일을 BLM 시위대가 한 게 확실하냐”(st****),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흑인 인권 운동에 흠집으로 내려고 한 것 아니냐”(se****), “이런 짓을 한다면 그건 시위대가 아니다”(th****), “이게 바로 인종차별이 만들어지는 방식이다”(cr****) 등 섣부른 추측을 경계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앤더슨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공식 페이스북

동시에 일부 주민들은 이 사건을 벌인 진범을 찾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에 이튿날 한 백인이 결국 자신의 SNS를 통해 본인이 한 일이라고 밝혔다. 범인을 수배하고 있는 앤더슨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 SNS에도 그의 계정을 언급하며 고발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자신을 해리슨이라고 밝힌 이 백인은 “이런 상황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묘지를 파괴한 그 사람이 나다”라며 “지난 주말 나와 내 형제는 그린빌 시내에서 일어난 집회에 참여했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냐’라고 묻는 두 명의 백인 소녀에게 우리는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All lives matterㆍ인종차별 항의 운동에 반대하는 의미로 쓰이는 구호)’라고 대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싸움이 벌어지려 했고 우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린빌의 모든 사람들이 우리와 싸우려 해도 우리가 물러서지 않았을 거라는 걸 알 거다”라며 “우리는 체포됐고 언론에는 우리가 인종차별이 담긴 비방을 했다고 나오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너희 도움이 없어도 나는 어차피 유명해질 테니 내 이름에 신경 꺼라”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해리슨은 단지 그와 성과 같다는 이유로 ‘해리슨(Harrison)’이라고 적힌 묘비들을 훼손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그린빌 경찰은 지난달 마지막 주 주말에 일어난 시위 중 체포된 15명의 이름과 머그샷을 지난 2일 공개한 바 있다. 이중 해리슨이라는 성을 가진 인물은 19세 남성 단 한 명이다. 아울러 SNS를 통해 밝힌 정황과 같이 여성 집회 참가자를 폭행하고 시위대와의 말다툼을 선동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명시돼있어 그는 이번 기물 파손 사건으로도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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