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엄마 서류 미비… 사실혼 관계 남편의 출생신고 받아줘야”
대법원이 ‘아동의 출생이 등록될 권리’를 사상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그 누구라도 출생 즉시 ‘등록될 권리’를 가진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미혼부도 가정법원의 확인을 통해 보다 간소하게 혼인 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중국 국적의 여성과 사실혼 관계에 있는 남성 A씨가 자녀의 출생 신고를 해 달라며 낸 ‘친생자 출생신고를 위한 확인’ 신청을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A씨 부부는 2018년 9월 아이가 태어난 직후 관할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시도했으나 거절당했다.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라 A씨 자녀는 ‘혼인 외 출생자’에 해당하고, 이 경우는 엄마가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엄마가 외국인이라 각종 서류를 구비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가족관계등록법은 ‘혼인 외 출생자의 신고는 모(母)가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 부인인 B씨는 2009년에 중국 당국의 여권 무효화 조치로 여권 갱신이 불허된 뒤 일본 정부에서 난민지위를 인정받아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권증명서로 한국에 입국했기 때문에 법에서 지정한 서류 등을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A씨는 2015년 도입된 ‘사랑이법’에 따라 관할 가정법원의 확인을 통해 친생자 출생신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사랑이법은 미혼부가 홀로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랑이법은 ‘엄마의 이름이나 등록기준지, 주민등록번호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해 미혼부 홀로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A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자 A씨는 “법원이 해당 조항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해석했다”고 반발하며 즉시 대법원에 재항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문언 그대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엄마의 인적 사항 전부 또는 일부를 알 수 없는 경우뿐 아니라 △엄마의 소재불명, 정당한 사유 없이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 △A씨 사건처럼 엄마가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 등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엄마 없이 미혼부가 혼자 하게 되는 혼인 외 출생자에 대한 출생신고 또한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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