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청정구역으로 평가 받으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국내 스포츠계에 ‘거리두기 불감증’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해외 어느 나라보다 철저한 방역 대책을 내세워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프로골프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선수와 지도자, 관계자들의 방심 사례가 속속 포착되면서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일 경기 화성종합경기타운 보조구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32라운드 화성FC와 대전 코레일전에선 두 팀이 엉겨 붙어 몸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 막판 K3리그 대전코레일 선수가 화성FC 선수를 향해 거친 태클을 하자, 양팀 선수는 물론 지도자들이 경기장 내로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마스크를 내리거나 벗어 던진 채 서로를 밀치며 언쟁을 벌였고, 일부 지도자는 상대 선수 목덜미를 잡기도 했다.
이날 집단 난투극 사태 차체도 볼썽사납지만, 시축 등 경기 외 행사를 금지하고 경기장에 들어서는 구단 관계자 인원을 제한하는 등 대한축구협회가 마련한 방역 노력을 완전히 뭉개버린 사례라 안타까움은 크다. 각 팀별로 제작한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취재진을 포함한 모든 인원에 대한 체온측정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실시했던 노력들도 한 순간에 무너졌다.


시즌 초반만 해도 선수들간 접촉을 극도로 꺼리던 K리그에서도 느슨해진 방역의식을 보이는 사례가 속속 눈에 띈다. 대표적인 장면은 선수들이 득점 후 펼치는 골 세리머니다. 지난달 초 1라운드 때만 해도 득점 후 주먹인사로 격려하던 선수들은, 불과 한 달밖에 지나지 않은 5라운드에선 코로나19 이전과 다름 없이 부둥켜 안는 등 접촉을 서슴지 않았다. 침 뱉기 또는 물병 공유 장면도 이제 자연스럽게 나온다.
프로야구에서도 홈런 후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마스크 없이 대화하는 모습이 많아졌고,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에서도 선수와 내장객들이 서슴없이 만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대화하는 모습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대회가 열린 코스 밖에서 벌어진 일이라지만, “최선의 방역”을 외친 주최측 입장에서는 기운 빠질 일이다. 특히 함께 기념사진 촬영을 한 내장객은 물론, 선수조차 마스크도 없이 밀착해 촬영하는 모습이 취재진은 물론 대회관계자들에게도 포착되면서 경각심 재고 필요성이 높아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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