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어린이가 아버지의 동거녀에 의해 여행 가방에 갇혔다가 숨지는 끔찍한 사건에 이어 부모의 상습 학대로 화상을 입은 9세 소녀가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경남 창녕에서 잠옷 바람으로 거리를 헤매다 한 주민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진 이 소녀는 2018년부터 의붓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소녀는 “아빠(계부)가 프라이팬으로 손을 지졌다”고 진술했는데, 발견됐을 때 손가락에 화상으로 인한 물집이 잡혀 지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손톱 일부가 빠진 상태였다고 한다.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보완 대책이 나왔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정부는 2018년부터 영유아 건강검진, 장기결석 여부 등을 종합해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추정해 지자체로 통보하고, 지자체 공무원은 아동가정을 직접 방문해 양육 환경을 확인하는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1월부터 가정방문이 중단된 상태고, 등교도 늦춰지면서 교사도 이 소녀의 학대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아동학대 사망은 가해자의 경제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경제적 취약 계층의 학대 피해 가능성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 가해자의 70% 이상이 학생을 포함한 무직이거나 아르바이트 등 비숙련직이었다. 창녕 피해 소녀의 집안 역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다. 일용직ㆍ비정규직 등 취약 계층이 가장 먼저 실직 등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만큼 이들 가정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 끊이지 않는 학대 사건에도 불구하고 올해 아동학대 예산(226억원)은 지난해(225억원)와 다르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의 ‘반짝 관심’이 아닌 적극적이고 꾸준한 예산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동학대 근절’은 구두선에 불과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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