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창(窓)] 미중 대립이 제기하는 세 가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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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창(窓)] 미중 대립이 제기하는 세 가지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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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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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간 대립, 내부갈등 후유증 남겨

미중대립, 우방에 노골적 편들기 강요

미중 의존도 줄여 제3진영 구축 힘써야

©게티이미지뱅크

작년에는 홍콩이 반정부 시위로 뒤덮이더니 올해는 미국에서 경찰의 강압과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시위가 이어진다. 격하게 대립하는 강대국의 내부 혼란은 과거에도 있던 일이며 미래 국제정치 양상을 보여 주는 전조이기도 하다.

초강대국 간 격한 대립은 필연적으로 진영 내부 갈등을 불러온다. 1950년대 미소 대립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정점을 찍었다. 위기는 양측 일보 후퇴로 봉합되었으나 국제적 대립은 국내적 후유증을 낳았다. 미국에서는 케네디 암살 후 존슨 정권이 베트남전 개입을 확대했으나, 전쟁 장기화로 미국은 심한 분열에 휩싸였다. 베트남 주둔 미군이 50만을 돌파한 1968년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는 폭력으로 얼룩졌고, 100여개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이 해 베트남에서 미군 1만6,000여명이 전사했다. 베트남전 발발후 최대치였다. 이길 수 없어 보이는 전쟁을 멈출 수 없었던 것은 당시 미국이 베트남전을 공산 진영과의 대결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소련에서는 1964년 흐루쇼프가 실각하고 브레즈네프 정권이 등장했다. 소련은 쿠바에서의 후퇴가 약한 군사력 때문이라 판단하고 군비 증강에 돌입했다. 1964년 500개였던 핵탄두는 브레즈네프가 사망하던 1982년 1만개가 된다. 같은 기간 미국 핵탄두는 6,800개에서 1만1,000개로 늘었을 뿐이다.

미소 대립은 공산 진영 내부에서 투쟁 방식 및 주도권을 둘러싼 중소 갈등을 불러왔다. 갈등은 급기야 1969년 국지전으로 이어졌다. 이 전투는 야포가 동원되고 100여명의 전사자가 나온 사실상 전쟁이었다. 중소 갈등 속에 자신의 지도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오쩌둥은 지지세력을 자극하여 문화대혁명을 일으킨다. 홍위병들이 공장과 학교를 점거하면서 중국 전역은 극심한 혼란에 빠진다. 소련이 무리한 군비 확장에 나서고 중국이 광적인 문화대혁명에 빠져든 가장 큰 이유는 위기 의식이었다. 그들은 자본주의 진영의 위협에 직면하여 군비를 키우고, 사상을 정화해야 체제를 지킬 수 있다고 봤다.

반세기 전의 광기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중 대립 격화는 국내적 혼란을 낳고, 당연시되어 온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훼손할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강대국들이 주변국들에 보일 태도다. 브레즈네프는 1968년 ‘프라하의 봄’을 무력 진압하고서 브레즈네프 독트린을 발표했다. 사회주의의 이익을 위해 개별 국가의 주권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듬해 닉슨 대통령은 괌 독트린을 발표한다. 미국은 베트남전 때문에 돈이 없으니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 각국이 알아서 지키라는 것이다. 두 독트린 모두 초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노골적으로 우방국들에 강요한 것이다.

역사를 돌아볼 때, 미중 대립 격화는 우리에게 세 가지 도전을 제기할 것이다. 첫째, 가치관의 혼란이다. 동맹국 미국에서 평등과 자유가 짓밟히고 경제 파트너 중국이 민주주의를 탄압할 때, 우리는 뭐라 해야 하나? 안보와 경제를 위해 보편적 가치에 침묵하는 것은 단견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가치 판단에 근거하여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둘째, 양자택일 논리다. 강대국들은 우리에게 줄을 똑바로 서라 할 것이고, 나라는 친미, 친중으로 찢어질 것이다. 하지만 한 쪽 손을 들면 다른 쪽은 적이 된다. 섣부른 줄타기 외교는 박쥐 취급만 당한다. 미중에서 독립하여 제 목소리를 내는 제3 진영을 만들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

끝으로, 노골적 힘의 압박이다. 중국은 이미 인권문제 제기에 경제 보복을 가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미국은 동맹국 독일과 아무 협의 없이 주독미군을 1만명 가까이 감축하기로 했다. 힘에 맞서려면 힘이 필요하다. 국방력을 키워 안보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 다변화를 통해 미중 경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힘들고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이다. 다가올 미중 대립 시대에 자존심 있게 살려면 우리가 더욱 각오를 다져야만 하는 이유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ㆍ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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