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1956년 10월 처음으로 대졸 공채를 모집한 지 64년 만에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없애고 연중 상시 채용으로 전환한다. 인적성 검사는 전면 온라인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ㆍ기아차, KT에 이은 국내 주요 그룹들의 잇단 정기 공채 폐지는 경영 환경과 현장 인력 수급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여건 급변이 변화의 촉매가 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이런 채용방식 변화가 고용 인원 감소, 경력직 우대로 이어져 가뜩이나 청년 사회초년생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을 심화할 거란 우려도 제기된다.
LG는 올해 하반기부터 계열사별로 현업 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채용 공고를 내고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상시 채용을 도입한다고 9일 밝혔다. LG는 지난해까지 매년 두 차례(상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해왔으며 올해 상반기 공채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시하지 않았다.
LG는 앞으로 신입사원의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4주)으로 선발하고 이 비중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지원자는 인턴십 기간 중 자신이 원하는 직무를 탐색하고 회사는 지원자가 업무에 적합한 인재인지 파악한다. LG 관계자는 “새 채용 제도를 통해 지원자의 희망 업무와 실제 업무를 효과적으로 매칭하면 1년 이내 퇴사자 비율이 줄어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주요 그룹들은 정기 공채 대신 수시 채용을 택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가 지난해 초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정기 공채를 폐지했고 KT가 지난 3월 동참했다. SK도 정기 공채를 점차 줄여나갈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도 우리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이 디지털ㆍ정보통신(IT) 분야 인력을 수시 채용을 통해 뽑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4월 4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78.7%가 ‘수시 채용만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69.0%)보다 9.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수시 채용만 진행한다’는 응답이 60.0%로 지난해(16.7%)보다 3배 이상 올랐다. 중견기업은 같은 기간 이 비율이 51.5%에서 75.4%로, 중소기업은 72.6%에서 81.1%로 각각 증가했다.
기업의 수시 채용 확대는 대세적 흐름이지만 올해 들어 그 속도가 급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라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급박한 경영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면 기업 입장에선 정기 공채보다 실무형 인재를 즉시 선발할 수 있는 수시 채용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규모 채용 절차 진행이 어려운 가운데 공채보다 전형 관리가 수월한 소규모 수시 채용이 늘다 보니 온라인 방식의 전형도 확산될 조짐이다. LG그룹은 상시 채용 전환과 더불어 오프라인으로 실시하던 인적성 검사를 9월부터 온라인 방식으로 바꾼다. 검사 문항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문제 유형을 온라인에 최적화해 응시 시간을 1시간대로 단축할 계획이다. LG는 면접 역시 직무별 필요에 따라 인공지능(AI) 등 화상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이 지난달 말 상반기 공채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GSAT)를 사상 처음 온라인으로 치렀고 SK그룹 주요 계열사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면접을 진행했다.
한편으로는 대규모 고용을 책임지던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기 공채를 폐지하는 추세가 가속화하며 신입 채용 규모가 축소될 거란 우려도 있다. 한 구인구직 전문가는 “한 번에 대량으로 선발하는 정기 공채에 비해 필요한 인력만 뽑는 수시 채용이 보편화하면 기업 고용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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