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때 시세 조종 인지 여부 등 놓고 영장 심사 공방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의 정점인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필요성을 두고 검찰과 삼성 변호인단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뒤 3년 4개월 만에 구속의 갈림길에 선 이 부회장과 재벌 총수를 겨냥한 18개월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 받아야 할 검찰 모두 물러설 수 없는 대결이었다.
이 부회장과 옛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최지성(69) 실장(부회장), 김종중(64) 전략팀장(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은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시작됐으며 가장 먼저 시작된 이 부회장 심리가 오후 7시쯤 끝났다. 점심 겸 휴식을 위한 1시간을 포함해 무려 8시간 반 동안 양측 공방이 이어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이복현 부장검사를 비롯한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시세 조종을 포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가 벌어졌다고 강조했다. 제일모직 최대주주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던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정하고서 두 기업 주가 관리(시세조종) 등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합병 결의 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합병에 반대한 주주가 보유 주식을 회사에 팔 권리) 최소화를 위해 호재성 정보 공개 등으로 두 회사 주가를 띄운 정황도 들었다.
그러면서 미전실 보고 문건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의 불법행위 관여를 부각했다. 이 부회장의 계열사별 지분 변화 사안이 담긴 일명 ‘프로젝트 G’ 문건 등을 들어 이 부회장이 자신의 승계 관련 보고를 받았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문건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2012년부터 최지성 실장과 김종중 사장이 소속된 태스크포스(TF)에서 나왔다고 한다. 검찰은 승계 목적으로 장기간 “유례 없는 대형 금융범죄”가 벌어졌다고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최종 수혜자인 이 부회장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수의 판사 출신 전관과 김앤장 등 10명 안팎의 변호인으로 구성된 삼성은 철벽 방어벽을 쳤다. 변호인단은 우선 합병을 “승계가 아닌 경영상 판단에 의한 것”이라 반박했다. 이 부회장의 시세조종 등 의사결정 관여는 “상식 밖의 주장”이며 프로젝트G 문건 등을 이 부회장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부채를 반영하지 않다가 합병 뒤 회계 기준 변경으로 4조5,000억원의 장부상 이익을 올린 혐의를 두고도 양쪽은 대립했다. 합병과 연결고리가 있는 불법행위가 이번 수사로 드러났다고 검찰은 주장한 반면, 삼성 측은 “국제회계기준에 맞는 변경”이라 맞섰다. 앞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두 차례 구속영장 기각 사례도 들며 혐의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이 부회장의 증거인멸 우려에도 양쪽은 크게 대립했다. 검찰은 지난달 26, 29일 소환조사를 받은 이 부회장이 혐의에 대해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부인한 만큼 불구속 상태에선 증거인멸 우려가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관여를 상세히 진술한 옛 미전실, 삼성바이오 등 핵심 관계자의 진술 번복이 특히 우려되는 지점이라 했다. 반면, 삼성 측은 검찰의 18개월 장기 수사와 50여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의 430여회 소환조사, 법원에 제출한 400권 20만쪽 수사기록 등을 들어 “필요한 증거물은 다 수집된 것”이라 반박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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