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피해 고객 금융정보 유출
금감원, 제재대상 확정 안 했는데
하나銀 “제재 대상은 직원 4명 뿐”
직원에 책임 떠넘기며 꼬리 잘라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투자 피해고객 1,000여명의 금융거래 정보를 자문 법무법인에 유출해 ‘금융실명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하나은행(본보 5일자 1면)이 잘못을 직원들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실명법 위반 제재 대상은 (기관이 아닌) 직원 4명일 뿐”이라고 언론에 강조하는가 하면, 지난해 금융당국의 DLF 사태 검사 과정에서 은행장 보호를 위해 진술을 번복했던 실무 간부의 ‘검사방해’ 행위를 사실상 조장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금융권에선 “은행원을 부속품처럼 여기는 행태”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직원 4명 실수? 당국 “책임 범위 검토 중”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하나은행의 금융실명법 위반 의혹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착수 방침이 알려지자 대부분 언론도 ‘하나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으로 이를 뒤따라 보도했다.
하지만 하나은행은 이런 보도가 쏟아지자, “현재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건 거래정보를 넘긴 직원 4명”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하며 기사 내용과 제목에 이를 반영해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고객 거래정보를 넘긴 건 직원들이며, 금융당국도 이들을 대상으로 제재 방침을 통보해 와 ‘은행 차원의 책임은 없다’는 인상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금융감독원은 아직 최종 제재 대상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1차로 직원 4명에 대한 징계 예정수위를 통보하긴 했지만, 다음 단계인 제재심의위원회에 어느 정도로 제재 대상을 상정할 지는 여전히 검토 중이다.
금감원의 내부 분위기로는 제재 대상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원 4명에게 사전 통보를 했다고 해서, 하나은행의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융실명법 위반은 통상 직원 개개인의 행위가 많았는데, 이번엔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해 고객정보가 넘어간 것이라 감독세칙상 책임의 범위를 꼼꼼히 따져보는 중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행장 검사 확정되자 30분 만에 진술 번복
하나은행은 지난해 금감원의 DLF 검사를 방해하는 과정에서도 직원을 이용한 정황이 짙다.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 금감원 검사서에 따르면, 작년 6월 지성규 행장은 DLF 피해 자체 점검을 지시, 1,936개 계좌 전수 조사 후 불완전판매 소지를 발견했지만 이를 금감원에 알리지 않았고 자료를 폐기했다.
이에 금감원은 자체 점검이 있었는지, 누가 지시했는지를 검사했다. 이 과정에서 자체 점검이 ‘은행장 지시사항’이라는 하나은행 A부장의 메모를 발견했고, A부장 역시 지성규 행장의 지시였다고 지난해 10월 14일 진술했다.
하지만 검사 대상이 점차 윗선으로 번져 11일 뒤인 작년 10월 25일 오후1시40분 지성규 행장 검사 일정이 금감원에서 확정되자, 불과 30여분 후인 같은날 오후 2시15분 A부장은 제 발로 금감원을 방문했다. A부장은 “실제 없던 지시를 제가 임의로 추가해 지시사항이라 표현했다”는 경위서를 자의로 제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장 검사 일정을 부장급이 어떻게 바로 알고 곧장 금감원에 찾아와 시키지도 않은 경위서를 낼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은행 내부에서 진술을 번복할 것을 종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당시 A부장의 행위를 은행장의 자체 점검 지시를 숨길 목적으로 보고, A부장을 ‘검사 방해’ 명목으로 제재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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