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 금지, 이른바 ‘삐라금지법’ 입법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를 뒷받침해 입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하자, 미래통합당은 ‘북한에 저자세를 보이는 태도’라며 날을 세웠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데 백해무익한 대북전단 살포는 중지돼야 한다”며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면 대북전단 살포금지법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합당의 입법 반대를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3월 남북 무력충돌을 우려해 전단 살포를 중지시켰다”며 “통합당이 야당이 됐다고 다른 소리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문에서 군사분계선(DMZ) 일대 삐라 살포가 판문점 선언과 9ㆍ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남조선이 이를 방치한다면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통일부는 담화문 공개 이후 4시간 만에 전단 살포 금지법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삐라 살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담은 수정안이 다수 제출됐던 만큼, 이들 법안을 검토한 뒤 새 수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선 민주당 의원 3명이 정부 승인을 받은 단체만 전단을 살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삐라 살포를 막기 위해 군 병력까지 동원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경찰과 군 병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당은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내는 행위”라며 여권의 입법을 비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부 스스로 판단해 북한에 풍선 띄우기를 하면 안 된다고 조치를 하는 것까진 좋은데, (북한이) 공격하겠다고 하자 즉시 답을 보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조치”라며 “북한에 저자세를 보인다고 해서 평화가 유지되지 않는다. 당당할 때는 당당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탈북자 출신인 지성호 의원은 “정부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한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며 “무조건 대북전단을 금지해야 된다는 논리는 북한 동포는 안중에도 없고 북한 세습정권의 비위만 맞추겠다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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