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약 한 달간 거실에서 잤다. 아내랑 다퉈서가 아니다. 매일 새벽 3시쯤 이슬람사원에서 떠드는 “방운(일어나라)” 소리가 안방에선 확성기를 귀에 댄 듯 시끄러워서다. 라마단 기간 해가 떠 있으면 아무 것도 먹을 수 없는 무슬림에게 이른 식사를 하라는 신호다. 한국산 전투기를 띄워 제트엔진 굉음으로 사람들을 깨운 곳도 있었다.
올해는 달랐다. “방운” 소리가 확연히 작아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일 금식 후 하는 합동 기도나 만찬은 공식적으로 사라졌다. 정부는 라마단 이후 최대 명절인 르바란 고향 방문도 막았다. 신앙을 삶 자체로 여기는 무슬림에겐 견디기 힘들었을 세계적 전염병 대유행 시대의 규칙, 사람들은 대체로 잘 지켰다.
물론 일부 일탈도 있었다. 2억7,000만 인구의 87%가 무슬림이고 민주주의 국가인지라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국과 비교해도 비슷한 양상이었을 것이다. 오해와 편견은 일부의 일탈이 전체의 일상으로 잘못 전달될 때 싹튼다. ‘라마단 이후 코로나19 폭증 우려’ 같은 보도가 그렇다.
상징적인 사진이 최근 외신을 타고 국내 매체에 소개됐다. 국토 서쪽 끝 아체특별자치주(州) 반다아체의 대사원에서 지난달 24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외면하듯 사람들이 운집해 르바란 합동 기도를 하는 장면이다. 인도네시아 코로나19 환자가 2만명을 넘었다는 설명도 따랐다. 둘 다 사실이지만 함께 거론되면서 오히려 정확한 사실을 가렸다.
남한 절반(5만8,377㎢)인 아체는 코로나19 환자가 당시 1명뿐이었다. 19명 발병에 1명 사망, 17명은 완치됐다. 한반도보다 9배 넓은 인도네시아가 34개주인 걸 감안하면 주 평균(약 700명)에도 한참 못 미친다. 540만 아체 인구와 비슷한 싱가포르(570만명)는 코로나19 환자가 3만명을 넘어섰다. 사진 속 기도회 이후 2주 지난 현재 아체의 추가 환자는 1명에 그쳤다.
사태 초기부터 외지인 출입을 막고 전염병을 관리한 아체의 노력, 인도네시아 정부조차 “안전 지대”라고 평한 아체의 현실은 단편적인 사실 두 개로 묻혔다. 일부 혼선은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현지 사정에 맞게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모두가 힘들수록 다양성 존중이 필요하다. 배려는 결국 우리에게 득이다.
고찬유 자카르타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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