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구원왕 하재훈(30ㆍSK)이 수상하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그의 주무기 강속구는 올해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통계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직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 146.3㎞에서 143.0㎞으로 떨어졌다.
날씨가 따뜻하면 좀 더 스피드가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그렇지도 않다. 5월 31일 한화전과 지난 5일 삼성전에서 최고 146㎞ 직구를 꽂으면서 페이스가 올라오는 듯 했으나 6일 등판 때 141~142㎞에 그쳤다. 염경엽 SK 감독은 “직구가 좋았다, 나빴다 반복한다”며 “구속을 더 올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염 감독은 “(하)재훈이의 손 감각이나 던지는 능력, 자기 조절 능력 등은 탁월하다. 투구 메커닉만 잡힌다면 세이브 투수로는 리그 3위 안에 들어갈 자질을 갖추고 있다”면서 ‘어깨’를 주목했다.
해외파 하재훈은 지난해 SK 유니폼을 입고 국내로 유턴한 뒤 야수에서 풀타임 투수로 처음 변신했다. 투수에 맞춰진 몸이 아니다 보니 전문적인 투수들처럼 하체의 힘을 끌어내 공을 던지는 게 아니라 상체 힘에 의존하는 투구를 했다.
강한 어깨와 악력 덕분에 공의 회전력을 끌어올려 위력적인 공을 던졌지만 상체 위주의 투구는 부하가 생길 수밖에 없고, 처음 투수로 뛴 거 치고는 많은 이닝(59)을 소화했다. 구단이 구상한 하재훈의 이상적인 이닝은 45~50 사이였지만 세이브 경쟁, 팀 우승이 걸린 상황이라 등판 횟수가 잦았다. 대신 등판, 연투 여부는 본인 몸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수 본인 의사에 따라 결정했다.
그래도 부상 없이 투수로 오래 살아남기 위해선 투구 폼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선수 본인도 잘 알고 고치려는 점은 긍정적이다. 염 감독은 “하재훈이 어깨에 무리가 가는 폼이라는 걸 잘 알아 수정하려고 한다”며 “투수 파트에서도 많이 고민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속 저하에도 하재훈은 점점 안정감을 찾고 있다. 5월 한 달간 블론세이브를 두 차례 하면서 평균자책점 4.70(7.2이닝 5실점 4자책) 피안타율 0.258, 피출루율 0.343, 피장타율 0.452로 주춤했다. 하지만 5월 31일 한화전(1이닝 무실점)부터 5일 삼성전(1이닝 무실점), 6일 삼성전(0.2이닝 무실점)까지 3경기 연속 세이브를 수확했다. 염 감독은 “직구가 좋은 날은 직구를 잘 사용했고, 그러지 않은 날은 변화구 비율을 높여 승부했다”고 칭찬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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