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동일한 기술적 맹점 때문에 오류… 조작은 아냐
“실업률 13%라 해도 여전히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
“섣부른 고용 회복 기대 일러” 경기부양 요구도 지속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5월 실업률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반등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업률이 계속 치솟을 것이라 예상했던 전문가들은 새로운 상황을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일부에서는 취업 지표에 오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3월부터 지속적으로 실업률이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고는 있지만 취업 지표가 반등하고 있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최근 취업 지표 반등이 결코 미국 정부와 증시 투자자들이 기대한 ‘V자형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경계하고 있다.
◇오류 있지만, 회복은 맞다
8일 외신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이 지난 5일 발표한 미국 비농업 고용자 수는 최대 800만명 감소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250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률도 4월 기록한 14.7%보다 낮은 13.3%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경제 재개로 인해 미국 시장이 다시 활황을 되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불을 지피면서 이날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3.15%나 올랐다.
모든 경제 지표가 부정적인 가운데 유독 고용 지표만 개선됐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혼란에 빠졌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언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BLS 통계에 트럼프 행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다 다른 경제학자들의 비판을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BLS 보고서의 주석에 담긴 ‘분류 오류’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해당 주석을 보면, BLS는 실제 실업률이 보고된 것보다 약 3%포인트 높은 16.3% 수준일 수도 있다면서 그 근거로 분류 오류의 가능성을 들었다.
BLS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코로나 실업자’들이 “다른 이유로 근무하지 못함”이라는 항목을 택해 응답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이 항목은 통상 배심원 업무 등으로 직장에 출근하지 못할 때 선택하는 항목이라 실업이 아닌 취업으로 분류된다.
경제 봉쇄와 직장 휴업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한 노동자들이 사실상 실업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취업자로 분류하는 항목을 택해 답했을 가능성이 있고, 결국 ‘코로나 실업’ 중 일부는 취업으로 잘못 계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BLS는 이와 동일한 문제가 지난 3월부터 발생했다고 확인하며, 4월 실업률의 경우 동일한 방식으로 오차를 수정한다면 14.7%에서 5%포인트 높은 19.7%까지 뛸 수 있다고 밝혔다.
즉 “다른 이유로 근무하지 못함” 항목을 취업자로 분류하든 실업자로 분류하든 고용 지표 자체가 지난달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인 셈이고, 일부에서 제기하는 ‘통계 조작’ 등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게 BLS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회복 맞지만, ‘V자 회복’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봉쇄가 절정에 달했던 4월에 비해 부분적인 경제 재개가 일시 실업자들을 일터로 돌려보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규 고용 창출이 아니라 기존의 일시 실업자들이 부분적으로 원래 일자리를 회복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란 뜻이다.
로이터의 시장 분석가 존 켐프는 “BLS 조사의 특성상 그 달에 전혀 근무하지 않거나 무급 휴직 상태인 직원은 실업으로 분류되는데, 4월에 이렇게 실직자로 분류된 이들이 취업자로 되돌아온 셈”이라고 밝혔다.
실제 5월 고용보고서 통계에서 취업자가 급증한 산업 부문이 문화ㆍ예술ㆍ숙박ㆍ음식을 포함한 여가 및 대고객 서비스 산업이라는 점이 이를 설명한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외부 활동이 중단되면서 영업과 행사를 취소하는 등 큰 손실을 봤던 업계다. 이마저도 4월에 이 부문 피고용자의 절반인 약 75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에 비하면 5월 취업자 수는 100만명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5월 취업자 수 증가분인 250만명이 4월 감소한 2,060만명에 비하면 급락 후 ‘미미한’ 회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학자는 블룸버그에 “실업률이 13%이든 16%이든 대공황 이후 가장 충격적인 실업률이고, 대침체(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던 10%를 여전히 웃도는 수준”이라며 “여전히 긴급 구호 조치를 비롯해 일자리 외에도 다른 구조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재무부 등은 강도 높은 정책 대응으로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류 전망은 V자보다는 급락 후 완만한 수준의 회복을 의미하는 ‘나이키형(스우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마저 추가 부양책을 요구하고 있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으로 유명한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금년 말까지 실업률이 20%대로 오르고, 그 이후로도 장기간 10% 내외에 머물 수 있다”고 전망하며 통화 재정 양면의 강도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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