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불러 온 흑인 사망사건 발생 지역인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서 폐쇄가 추진된다. 경찰이 비무장 상태의 흑인 남성을 과잉 진압해 숨지게 한 사건으로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경찰 해체’라는 초강수가 힘을 얻고 있다.
미 CNN방송과 뉴욕타임스 등은 7일(현지시간) 미니애폴리스 시의회 의원 12명 중 9명이 경찰서를 폐쇄하는 내용의 조례안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대로면 시의회가 가결한 조례안에 대해 제이컵 프라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을 통해 조례로 확정할 수 있다.
시의회 의원들은 이날 “기존 우리의 치안유지와 공공안전체계가 많은 이웃들에게 효과가 없다는 게 명백하다”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위한 노력은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기존 조직을 폐쇄하고 새 방법을 모색하는 게 빠르다는 설명이다. 다만 “새로운 공공 안정 시스템의 모습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다”면서 “지역사회와 협력해 계획을 수립할 것”을 약속했다.
경찰 해체 목소리까지 터져 나온 배경에는 오랫동안 쌓인 경찰력에 대한 불만이 있다. 미니애폴리스에선 지역 경찰의 폭력성과 인종차별적 성향에 대한 비판이 지난 10년간 제기됐으나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번 사망사건이 미 전역에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인권침해 사례 조사나 체포 과정에서 ‘목 누르기’ 금지 조치 등이 이뤄졌다.
다만 프레이 시장은 경찰 개혁은 필요하다면서도 해체론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메다리아 아라돈도 미니애폴리스 경찰서장과 협력해 심각한 구조개혁과 제도적 인종차별을 근절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향후 수개월간 관련 인권조사부터 진행할 것”이라며 해체가 결정돼도 시행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지방자치단체가 경찰서를 폐쇄한 사례는 있었다. 2012년 뉴저지주 캠던시는 예산 투입에도 범죄가 만연하자 경찰서를 해체하고 주변 지자체인 캠던 카운티와 경찰력을 통합했다. 캘리포니아주 콤프턴은 2000년에 같은 조치를 위해 로스앤젤레스카운티와 치안 부서를 함께 운영한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