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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신라젠 로비 의혹’ 못 밝힌 채 10개월 수사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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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신라젠 로비 의혹’ 못 밝힌 채 10개월 수사 마무리

입력
2020.06.08 15: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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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 문은상 대표 등 전ㆍ현직 경영진 6명 기소

“여권ㆍ유시민 관련 의혹 검증 안 돼”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지난달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은상 신라젠 대표가 지난달 1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남부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시작된 바이오기업 신라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은 밝히지 못한 채 10개월 만에 종료됐다. 신라젠 성장 과정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여 인사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무성했지만 검찰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봐주기성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8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서정식)는 신라젠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문은상(55) 현 대표를 비롯해 전 대표와 창업주까지 신라젠 관계자 6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문 대표 등이 무자본으로 신라젠 주식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 증권사와 해당 증권사 임원 2명도 함께 기소했다.

문 대표 등은 2014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신라젠 BW로 얻은 부당이득이 1,9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문 대표는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풀려 부여한 후 매각이익 중 38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돌려받은 혐의도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500만 달러를 대여한 뒤 전액 손실처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추가됐다.  

다만 신라젠 수사 착수 배경이 됐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는 문 대표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신라젠은 2019년 8월 항암치료제 '펙사벡’ 임상 중단이라는 악재성 정보를 발표하기 전 일부 임원진이 주식을 매도해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임원진 중 신모(48) 전무에게만 해당 혐의를 적용해 이날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문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은 주식매각시기, 미공개정보 생성시점 등에 비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라젠 둘러싼 핵심 의혹과 검찰 수사 결과
신라젠 둘러싼 핵심 의혹과 검찰 수사 결과

최대 관심사였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됐다. 검찰은 “신라젠 관련 계좌를 살펴봤지만 유 이사장이나, 노무현재단과 관련된 계좌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언론에서 제기한 신라젠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또 신라젠 성장 과정에서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 대해서는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실제로 조사를 진행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신라젠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은 이 전 대표가 2014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과거 국민참여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에서 활동한 이 전 대표가 신라젠 최대주주에 등극한 뒤 유 이사장은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2012~2014년 무렵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VIK 사무실에서 다단계 모집책들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현재 이 전 대표는 VIK 불법 투자로 징역 14년 6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유 이사장은 연루 의혹에 대해 지난 4월 “아무리 파도 안 나온다. 지금도 파고 있다면 (검찰은) 포기하라”고 밝혔다.  

정관계 로비 의혹은 빠진 수사 결과를 두고 부실 수사 지적이 나온다. VIK 피해자들과 함께 VIK의 비리를 파헤쳐 온 이민석 변호사는 “불법 정치자금을 줄 때 계좌를 이용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며 “신라젠의 2016년 말 기술특례상장과정부터 철저하게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정치권과 정부 유력인사 관련설 등 요란하게 시작한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태산명동서일필’ 식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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