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 문은상 대표 등 전ㆍ현직 경영진 6명 기소
“여권ㆍ유시민 관련 의혹 검증 안 돼”
지난해 8월 시작된 바이오기업 신라젠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은 밝히지 못한 채 10개월 만에 종료됐다. 신라젠 성장 과정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여 인사들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무성했지만 검찰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봐주기성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8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서정식)는 신라젠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문은상(55) 현 대표를 비롯해 전 대표와 창업주까지 신라젠 관계자 6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문 대표 등이 무자본으로 신라젠 주식을 인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 증권사와 해당 증권사 임원 2명도 함께 기소했다.
문 대표 등은 2014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한 자금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상당의 신라젠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부당하게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신라젠 BW로 얻은 부당이득이 1,91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문 대표는 지인 5명에게 스톡옵션을 부풀려 부여한 후 매각이익 중 38억원 가량을 현금으로 돌려받은 혐의도 있다. 자본잠식 상태인 자회사에 500만 달러를 대여한 뒤 전액 손실처리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추가됐다.
다만 신라젠 수사 착수 배경이 됐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는 문 대표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신라젠은 2019년 8월 항암치료제 '펙사벡’ 임상 중단이라는 악재성 정보를 발표하기 전 일부 임원진이 주식을 매도해 논란이 일었다. 검찰은 임원진 중 신모(48) 전무에게만 해당 혐의를 적용해 이날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문 대표 등 전현직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은 주식매각시기, 미공개정보 생성시점 등에 비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대 관심사였던 정관계 로비 의혹은 결국 미제로 남게 됐다. 검찰은 “신라젠 관련 계좌를 살펴봤지만 유 이사장이나, 노무현재단과 관련된 계좌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언론에서 제기한 신라젠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검찰은 또 신라젠 성장 과정에서 특급 도우미 역할을 했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 대해서는 “신라젠 사건과 관련해서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실제로 조사를 진행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신라젠을 둘러싼 정관계 로비 의혹은 이 전 대표가 2014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과거 국민참여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모임인 노사모에서 활동한 이 전 대표가 신라젠 최대주주에 등극한 뒤 유 이사장은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하기도 했다. 2012~2014년 무렵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VIK 사무실에서 다단계 모집책들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현재 이 전 대표는 VIK 불법 투자로 징역 14년 6월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유 이사장은 연루 의혹에 대해 지난 4월 “아무리 파도 안 나온다. 지금도 파고 있다면 (검찰은) 포기하라”고 밝혔다.
정관계 로비 의혹은 빠진 수사 결과를 두고 부실 수사 지적이 나온다. VIK 피해자들과 함께 VIK의 비리를 파헤쳐 온 이민석 변호사는 “불법 정치자금을 줄 때 계좌를 이용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냐”며 “신라젠의 2016년 말 기술특례상장과정부터 철저하게 다시 수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도 “정치권과 정부 유력인사 관련설 등 요란하게 시작한 검찰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실체를 밝히지 못한 채 ‘태산명동서일필’ 식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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