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 위해 창문 개방ㆍ수시 환기 불가피… 건설현장 소음 무방비
8일 오후 대구 수성구 A고. 낮 최고기온이 35도가 넘고 폭염주의보가 내린 가운데 학생들은 창문을 열어놓고 수업을 하고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에어컨을 틀어 놓았지만 창가는 뜨거운 바람이 그냥 들어왔다. 선풍기는커녕 휴대용 선풍기도 비말이 날릴 수 있어 사용금지 행위다.
이 학교 학생, 교직원을 괴롭히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학교 앞 주택재개발현장을 오가는 대형 덤프트럭과 굴삭기 등 중장비 소음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바로 옆에 있는 B고 학생들도 치솟는 수은주에다 공사장 소음이 더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8일 초중고 전 학년 등교가 시작한 가운데 대구지역 일부 학생들이 신종 코로나에다 이른 폭염, 소음공해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가 마치 하나의 거대한 공사판으로 변한 탓이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4월 현재 대구지역 공동주택건설사업 현장은 모두 97개소. 일부 택지개발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존 주택가에 있다. 이 중 소음을 발생하는 터파기에서 골조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 70여곳이다. 특히 20여개소는 소음이 심각할 수밖에 없는 터파기와 기초공사 현장이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지역에 불어 닥친 재개발ㆍ재건축 열기에다 지역주택조합방식의 공동주택 건설이 식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선 신종 코로나 때문에 에어컨은 틀 수 있지만 수업 중에도 일부 개방하거나 휴식시간마다 환기시켜야 해 소음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A고 한 학생은 “이제 공사가 본격화한 것 같은데, 2학기는 물론 내년까지 시끄러울 것 같다”며 “신종 코로나 사태가 조기에 끝나지 않으면 소음 스트레스도 계속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 학교 옆에는 민간개발 방식으로 2만6,961㎡ 부지에 2022년 10월까지 607가구의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착공했으나 올 들어 터파기 등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올 여름이 유난히 무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다. 이달 대구지역 낮 최고기온은 3일 31.1도로 30도를 넘더니 4일은 35.3도까지 치솟았다. 6일 26.3도로 떨어졌다 7일 31.3도, 8일 35.6도로 올들어 최고를 기록했다.
대구 남구 C고도 학교 바로 북쪽 아파트공사 현장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환기를 해야 하는 휴식시간은 물론 창문을 닫고 하는 수업 중에도 공사장 소음이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공사장 쪽 복도 창은 쉬는 시간에도 열지 못해 환기 효과를 반감시킨다.
이 학교 관계자는 “구청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소음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소음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북쪽엔 국내 유명 건설사가 3만3,430㎡ 부지에 2022년 4월말 입주 예정으로 975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
학교만이 아니다. 창문 개방에 자유로운 인접 주택가 주민들도 괴롭다.
동구 신천동 A씨(45ㆍ주부)씨는 “전기요금과 건강 때문에 예년 이맘때는 창문을 열고 선풍기로 버텼는데, 올해는 시끄러워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소음공해는 아파트공사장이 많은 수성구와 중구, 서구, 동구지역이 특히 심하다.
지역 교육계 한 관계자는 “우리 모두가 신종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어려움이 많다”며 “학교 옆 건설현장에선 가능하면 수업 시간 중 소음발생 공정을 최소화하고, 소음 차단 시설을 보강하는 등 배려의 미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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