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장안구민회관 내 푸르내수영장을 이용할 수 없습니다.’
2018년 7월 경기 수원시 장안구민회관이 운영하는 수영 프로그램에 붙어 있는 내용이다. 기초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구민회관 내 프로그램에 남성의 입장을 제한하는 ‘역차별’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 남성이 ‘역차별’이라며 수원시 인권센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센터 측은 즉각 현장조사에 착수한 결과 장안구민회관 뿐 아니라 수원시 산하 공공수영장 10곳 중 8곳에서 ‘역차별’을 하고 있었다.
남성 출입 제한이 이뤄진 것은 ‘평일 오전에 남성 이용자가 많지 않고, 여성 이용자가 많은 오전 시간에 탈의실과 샤워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센터는 해당 사안을 성별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로 판단, 수영장 운영기관인 수원도시공사에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 중 남성 이용자가 여성 이용자와 비교해 소수라는 사실이 이들을 달리 대우해야 할 합리적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수원시 인권센터가 지역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례를 통해 제도를 개선한 ‘수원시 인권센터 결정례집’을 발간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인권침해사건 결정례집’을 발간한 지자체는 수원시가 유일하고, 두 번째 결정례집을 발간한 것은 광역단체인 서울시와 수원시 뿐이다.
두 번째 발간한 결정례집은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3년 간 제도개선 권고 1건,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결정 13건 등 모두 14건의 결정문이 담겼다.
결정문에는 ‘민원인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인권침해’, ‘수원시 수탁기관에서의 인권 침해’, ‘상급자의 인격권 침해’ 등이 수록됐다.
수원시 인권센터가 결정례집을 발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인권 침해 사건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시민들이 인권침해 사례와 더불어 개선 등에 대한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수원시 인권센터는 ‘결정례집’에 수록된 인권침해 사례를 수원시, 소속 기관, 출자‧출연기관, 수탁기관 등과 공유해 인권교육·인권침해를 예방할 예정이다.
또 ‘결정례집’을 국가인권위원회, 각 지방자치단체 인권담당부서 등에 배포해 인권연구,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수원시 홈페이지 시민참여-인권센터-결정례 게시판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다.
‘인권도시 수원’을 목표로 하는 수원시는 2015년 5월 ‘인권센터’를 개소하고, 2019년 1월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인권담당관’을 신설하는 등 사회적 약자와 시민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세진 수원시 인권센터장은 “지난 5년간 수원시 인권센터를 통한 인권침해 사건 조사, 구제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며 “수원시 인권센터가 인권침해 사건의 구제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2019년 7월 16일 자로 ‘근로기준법’이 개정돼 ‘직장 내 괴롭힘 행위 금지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직장 내 갑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번 결정례집에 2건의 관련 결정문이 수록돼 있다”며 “향후 ‘직장 내 괴롭힘’ 범위와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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