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철학자’이자 수필가로 유명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1920년 평안도에서 태어났다. 3ㆍ1운동 직후 일제의 문화통치가 시작된 그 즈음 태어난 그 세대는 20대 중반 광복을 맞으면서 한국 사회 재건의 중책을 맡은 이들이다. 김형석 교수 이외 문인을 꼽자면 곽하신, 김상옥, 김준성, 김태길, 안병욱, 이동주, 이범선, 조연현, 조지훈, 한하운 같은 이들이다.
이들 1920년생 문인 11명을 기리는 문학 행사가 열린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상국)는 8일 ‘2020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공동 개최한다고 밝혔다.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는 2001년 시작된 행사로 친일, 월북 등 논란 있는 인사들을 제외하고 문학사를 정리해보기 위한 작업이다.
작가들 면면은 화려하다. ‘오발탄’의 이범선, ‘청록파’의 조지훈 등 아무리 문외한이어도 한 번쯤 이름을 들어본 작가들이다. 이들 작가들은 일본어 사용이 전면화된 1938년 즈음부터 문학활동을 시작, 태평양전쟁과 징집이 있던 1940년대에 작가로 살아야 했다. 모국어란,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기본적 질문을 부둥켜 안은 채 살아야 했던 이들이다. 이는 광복 뒤 문학적 열정으로 분출되기도 한다.
문학제는 18일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문학의 밤 및 각종 부대행사들을 통해 다양하게 이어질 예정이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유튜브 생중계를 비롯, 대면ㆍ비대면 두 가지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된다. 올해 기획위원장을 맡은 방현석 중앙대 문창과 교수는 “‘모더니즘’과 ‘전통’이라는 두 축을 통해 ‘생존이냐 실존이냐’라는 해방공간의 주요한 고민을 풀어내도록 했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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