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통과… 하반기 중 발효 예정
노동법ㆍ지식재산권 등 개선 과제도
베트남이 8일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EVFTA) 비준 작업을 완료했다. 베트남 입장에선 EVFTA로 관세 철폐라는 큰 무기를 얻게 됨에 따라 향후 글로벌 차원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EU가 요구하는 노동ㆍ금융시장 개혁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어떻게 현지화할 지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 있다.
베트남 국회는 이날 재적의원 475명 전원의 찬성으로 EV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고 베트남뉴스통신(VNA) 등 현지매체들이 전했다. 지난 2월 EU 의회에서 비준된 EVFTA는 EU 정상회의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7월, 늦어도 올 하반기 중에는 정식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에게 EU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지난해 수출 규모는 414억달러(약 50조원)로 전체의 약 15%를 차지했다. EVFTA가 시행되면 EU로 수출되는 베트남 물품 70.3%의 관세가 즉시 사라지고, 7년 뒤에는 관세 철폐율이 99.7%까지 높아진다. 10년 안에 무역장벽이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어서 EVFTA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미 EVFTA가 베트남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나왔다. 세계은행은 “EVFTA가 2030년까지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과 전체 수출액을 각각 2.4%, 12% 증가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 기획투자부도 EVFTA가 대EU 수출 규모를 2030년에 최대 44%까지 상승시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베트남 산업통상자원부는 “EVFTA는 베트남이 지금까지 서명한 FTA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수출 증대 효과를 보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의류ㆍ식료품 등은 EU 시장에서 큰 힘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베트남은 비준안 통과와 함께 ‘유럽식 시스템 개혁’이라는 숙제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EU는 베트남 물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조건으로 EU 기업들의 진출을 용이하게 할 각종 법제 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당장의 과제는 유럽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실제 베트남은 이날 국회에서 EVFTA 비준안을 통과시킨 직후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금지협약(105호)를 서둘러 비준했다. 앞서 지난해 6월엔 ILO의 노조활동보장권(98호)을 비준했고, 같은 해 11월 노동법도 일부 개정했다. 베트남 정부는 지재권 보호를 위한 법제화와 함께 우편ㆍ금융분야 등의 단계적인 개방책 마련에도 착수했다.
응우옌반탄 중소기업협회 회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EU 진출과 수출 확대는 기회이면서 새로운 도전”이라며 “특히 높아질 식품위생과 환경보호 기준, 원산지 표시제 등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