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원호 PD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함께 한 배우들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된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첫 시즌의 메가폰을 잡은 신원호 PD는 최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출연진에 대한 남다른 신뢰와 애정을 보여줬다.
이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신원호 PD의 전작인 ‘응답하라’ 시리즈나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달리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등 주연급 배우들이 함께 했다.
먼저 간담췌외과 이익준 교수 역을 연기한 조정석에 대해 신원호 PD는 “조정석은 못 보던 유형의 배우다. 뭐랄까, 늘 놀랍다. 연출로서 이 부분은 아무리 새롭게 하려고 해도 뻔하게 나오겠다라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있는데, 그런 순간 예상 밖의 뉘앙스와 톤을 던지는 배우다. 심지어 같은 대사들도 컷마다 달랐다. 저는 그게 너무 좋았다. 표정과 몸짓이 프리한 친구다 보니,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얻어내는 게 너무 좋았다. ‘이런 걸 이렇게도 할 수 있네’라고 깨닫게 해준 친구다. 저의 정형화된 사고방식을 반성하게 해준 친구기도 하다. 연기한 지 오래됐는데도 매번 다르게 보일 수 있구나를 보여준,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다”라고 전했다.
소아외과 안정원 교수 역으로 분한 유연석은 어땠을까. 신원호 PD는 “유연석의 스윗한 면모, 그가 갖고 있는 다정다감함, 아이를 정말 좋아하는 부분들이 연기로 한 번 나와주면 정말 찰떡같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캐릭터를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유연석이라면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고, 유연석도 해보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안정원은 따뜻하고 참 잘 자란 바른 청년이지만, 단호할 땐 단호하고 예민할 땐 예민하다. 그런 여러 국면을 유연석이 잘 표현해줘서 고마웠다. 게다가 소아환자들이 모두 어리다보니 현장에서 통제가 어려운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는데 그때마다 참 따뜻하게 아이들과 교감해가며 연기를 끌어내주는 게 참 예뻤다. 다섯명이 모인 현장에서도 ‘99즈’중 실제 막내이면서도 묘한 추진력을 주는 역할을 해주었다”라고 소개했다.
흉부외과 김준완 교수 역을 맡아 활약한 정경호와는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 두 번째 만남이다. 신원호 PD는 “정경호는 정말 스윗하고 다정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친구다. 연기자이기 때문에 실제 성격과 캐릭터가 달라도 상관없다는 걸 알면서도, 정경호와 김준완은 전혀 다른 인물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하지만 정말 실제 성격과 극과 극의 캐릭터인데도 잘 해줘서 참 프로페셔널하구나 느꼈다. 특히 평소에는 정경호지만, 멜로씬만 찍으면 특별한 기술을 쓰는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 다른 느낌이 들더라. 우리 드라마의 멜로 스타터였고, 짧은 씬 안에서 멜로를 보여줘야 했음에도 잘 표현해줬다. 멜로에 최적화된 배우다. 덧붙여 주변 사람 누구에게나 먼저 다가가는 정경호의 그 힘이 다섯 명을 끈끈하게 엮었다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이 정경호라는 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더 알게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전미도를 비롯해 연극과 뮤지컬계에서 활약한 배우들도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빛냈다. 특히 신경외과 채송화 교수 역을 소화한 전미도에 대해 신원호 PD는 “전미도가 대사를 읽는 순간 ‘아 실제 채송화라면 이렇게 얘기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요 인물이 5명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지도가 높은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전미도를 캐스팅하면 너무 튀는 게 아닐까, 드라마 첫 주연이라는 무게를 버틸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다. 그러던 찰나 조정석이 일면식은 없지만 정말 좋아하는 배우라며 전미도를 추천했다. 이어 유연석도 전미도와 하면 안 되겠냐며 추천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일관되게 칭찬하더라. 그래서 덕분에 고민을 정리하기가 수월했었다.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저런 배우가 어디서 나왔어?’라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신원호 PD는 “현장에서도 초반에 캐릭터에 대한 밸런스를 잡아준 것 말고는 특별히 디렉션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무대에서 최고로 인정받아온 연기자에게 연기하는 공간이 바뀌는 것 쯤은 별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 놀라운 건 이미 잘하면서도 노력한다. 전미도는 정말 모범생 같다. 이를테면 베이스를 만져본 적도 없는 사람이 ‘캐논’을 해낸 것도 놀랍지만, ‘어쩌다 마주친 그대’에서 그 어려운 슬랩을 해내는 순간, ‘너는 정말 모범생 같다’라고 칭찬할 수 밖에 없었다. 베이스 선생님도 초보가 할 수 있는 진도가 아니라고 했는데도 해냈다. 악기 연주도, 교회에서 춤추는 씬도 너무 완벽하게 해냈다. 하지만 모범생이라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게 틀에 박혀있지도 않아 늘 예상치 못한 연기를 던져준다. 깜짝깜짝 놀랄만큼 영리하다. 정말 든든하면서도 똑똑한 큰딸 같은 느낌이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전미도와 산부인과 양석형 교수를 연기한 김대명, 이들과 러브라인을 이룬전공의들까지, 주조연진은 시즌2에도 함께 한다. 신원호 PD는 “올해 말에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2021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온다. 방송 시기는 미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이런 화려한 라인업에서부터 시즌2를 향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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