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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 11조원 돌파… ‘빚투’ 열풍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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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거래융자 11조원 돌파… ‘빚투’ 열풍 괜찮나

입력
2020.06.08 11: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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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악은 지났다고 보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낙관론이 절정에 이른 것 같다”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런 진단을 내렸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와 기업실적이 최악 수준으로 고꾸라지는 데도 ‘주가만큼은 계속 오를 것’이란 기운이 증시를 뒤덮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낙관론의 근거 중 하나가 빚까지 내가며 투자(빚투)에 나서는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현상이다. 주식활동 계좌 수가 역대 최다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 상승에 ‘베팅’하고 나선 개미들의 빚투 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빚투’ 현상은 대표적인 증시 버블 징후로 꼽히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로나 확산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안 그래도 위험부담이 있는 주식투자에 빚까지 떠안는 건 위험 부담이 너무 큰 선택이라는 조언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
신용거래융자 잔고 추이.

◇늘어도 너무 많이 는다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국내 증시 신용거래융자금은 11조2,032억원(코스피 5조1,958억원•코스닥 6조74억원)에 달한다. 지난달 18일 10조원대(10조782억원)에 들어선 이후 불과 13거래일 만에 1조1,000억원 이상이 불어난 셈이다. 신용거래융자금은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을 가리킨다. 투자자들은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면 이를 팔아 원금과 이자를 갚는다. 만약 주가가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매(반대매매)하기 때문에 손실도 커질 수 있다.

신용거래 규모는 3월 중순 코로나19로 주가가 폭락하면서 3월 25일 6조4,075억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하지만 코스피가 반등을 시작하자 신용거래도 3월 26일부터 47거래일 연속 증가 중이다. 이 기간 개미들의 빚이 하루 평균 1,020억원씩 늘어난 것이다.

‘빚투’가 급증하는 데엔 주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 있다. 통상 주가가 오르면 레버리지를 통해 큰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도 늘어 신용거래융자금이 증가한다.

코로나 폭락장에서 1,400선으로 추락했던 코스피가 어느덧 연중 최고점(2,267.25)의 96% 이상 회복하자 더 늦기 전에 상승세에 올라타야 한다는 심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CNN비즈니스에 “투자자들은 자신만 소외되고 있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며 “주가 상승세를 놓치고 싶지 않은 군중심리가 최근 증시 랠리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도 3,161만개에 달한다. 연일 증가세로 석 달 전과 비교해 156만개나 늘었다.

◇ ‘빚투의 배신’ 기억해야

문제는 과거 사례를 보면 개인들의 빚투 열풍은 대부분 비극으로 끝났다는 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기 직전인 2007년(3월 19일~6월 26일) 신용거래융자금은 무려 69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그 해 3월 1,440선에 머물던 코스피는 7월 2,000선을 넘기는 등 30%에 가까운 상승률을 보여 빚투에 호응하는 듯 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여 만인 이듬해 10월 금융위기 여파로 코스피는 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하며 종가 기준 900선까지 추락했다.

2015년 1월부터 7월까지 역시 신용거래융자금이 5조원에서 8조원대 규모로 크게 증가했다. 당시에도 코스피는 과열된 빚투를 실탄 삼아 1,920선에서 2,100선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16년 연초부터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와 중동 대치로 인해 유가가 출렁이는 등 대외 변수가 세계 증시를 끌어내리면서 코스피는 그 해 1월 1,800선으로 고꾸라졌다.

전문가들도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최근 미중 갈등까지 심화되는 등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과 전례 없는 수준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에 힘입어 낙관론이 증시를 지배하고는 있지만 실물경제와는 온도 차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미중 정치적 경제적 긴장 고조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세계 경제 하방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가가 아무리 경기선행지수라고 해도 현재 주가는 이미 코로나19 치료제가 나온 것처럼 회복하고 있다”며 “주가는 결국 실물경기가 뒷받침 돼야 장기적으로 오를 수 있는 만큼 현재 상황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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