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시위 초반 연방군 1만명 투입 원했다” 보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 대응 차 수도 워싱턴에 배치했던 주 방위군에 철수를 지시했다. 그러나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에 연방군 1만명을 투입하려 했다는 뒷얘기가 알려지면서 백악관 대응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모든 것이 완전한 통제 하에 있는 만큼 나는 방금 우리의 주 방위군에 워싱턴에서 철수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지만 필요하면 신속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주방위군 윌리엄 워커 사령관도 전날 CNN방송 인터뷰에서 “국방부 요청으로 11개 주에서 파견된 주 방위군이 이르면 8일 워싱턴을 떠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시위대를 평가절하하는 말도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시위 상황과 관련, “지난밤 예상됐던 것보다 훨씬 적은 시위대가 현장에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외신들은 시위 규모가 계속 커져 이날 워싱턴에만 수천 명의 시위대가 운집했다며 “거리 축제와 같았다(워싱턴포스트)”고 평가했다.
이날 CNN 등은 백악관이 시위 진압에 연방군 1만명을 투입하려 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1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열린 회의 중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군 즉시 투입을 요구했지만, 회의에 참석한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반대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연방군을 동원할 경우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 우려했고, 민법으로 해결해야 하는 사안을 군 문제로 비화시킨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퍼 장관과 밀리 합참의장은 회의 직후 주지사들에게 긴급히 전화를 걸어 주 방위군 소집을 간청했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이와 관련, 한 당국자는 방송에 “주지사들이 주 방위군을 소집하지 않았다면 우리가 전국에 현역 병력을 배치하게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연방군 1만명 동원’ 보도에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에스퍼 장관에 대해선 해임설도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그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공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CNN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 “백악관이 에스퍼 장관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화가 나 있고 그를 해임할 수도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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