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55) 한화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 놓았다. 시즌 개막 30경기 만이다.
한화 구단은 7일 대전 NC전을 마친 뒤 “한 감독이 팀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의사를 밝혀왔다”고 밝혔다. 한 감독의 도중 하차설은 팀의 긴 연패가 이어지며 흘러나왔다. 결정타는 전날 경기를 앞두고 단행한 사상 초유의 코치 엔트리 말소였다. 한화는 6일 경기 전 장종훈 수석코치, 정민태 투수코치, 박정진 불펜코치, 김성래 메인 타격코치, 정현석 타격보조 타격코치 등 5명의 코치들을 1군에서 제외하면서 대체할 코치들을 채우지 않고 경기를 치러 구설수에 올랐다.
한 감독은 이 과정에 대해 끝까지 말을 아꼈지만 한화 구단 사정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구단이 먼저 코치 이동을 제안했고, 변경 없이 시즌을 완주하고자 했던 한 감독이 버티던 끝에 즉흥적으로 내린 ‘반발성 결정’으로 알려졌다. 한 감독은 7일 경기 직전에도 이와 관련해선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입을 닫았다. 과정이 어찌 됐든 핵심 지휘관인 투타 코치를 전면 배제하고 경기에 나선 상식 밖의 행동은 더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한 감독은 1988년 ‘연습생 신화’를 쓰며 빙그레 이글스에서 데뷔, 2004년 은퇴할 때까지 15시즌 동안 120승을 수확했던 레전드다. 한화 감독 부임 첫해인 2018년 한화를 무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어 지도력을 인정받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베테랑 이용규와 불화가 불거졌고, 팀 성적도 9위로 추락했다. 올 시즌에는 취약한 전력으로 14연패의 충격 속에 결국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게 됐다. 한 감독은 재임 동안 142승 176패의 성적을 냈다.
한화는 지난 2017년 5월 물러난 김성근 전 감독에 이어 2명의 감독이 연이어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시즌 도중에 퇴진했다. 한화 구단은 “경기 종료 후 정민철 단장과 한 감독이 면담하면서 사퇴 의사를 주고 받았다”면서 “갑작스러운 사퇴였기에 후임 인선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2-8로 패한 한화는 지난달 23일 NC전부터 14연패를 당해 1986년 빙그레로 창단한 이래 단일 시즌 최다 연패 기록을 새롭게 썼다. 종전 기록은 2013년 개막 후 당한 13연패였다. 두 시즌에 걸쳐서는 2012년 10월 3일 KIA전부터 2013년 4월 14일 LG전까지 기록한 14연패와 타이다. KBO리그 최다연패 기록은 1985년 삼미의 18연패다.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두산이 유희관의 호투와 박세혁의 역전타로 KIA를 3-2로 제압, 주말 3연전을 싹쓸이했다. LG는 서울 고척돔 경기에서 에이스 차우찬의 역투에 힘입어 키움을 8-1로 제압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롯데가 박세웅의 호투를 발판 삼아 KT를 5-2로 꺾었다. 인천에서는 삼성이 SK 3-0으로 물리치고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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