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합의 이행” 원론적 입장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결단코 철폐하겠다”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대변인 명의의 담화와 관련해 청와대는 7일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이례적으로 밝힌 데 대해서도 일체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1년 4개월 가까이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북미ㆍ남북관계에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보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쓰는 분위기였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은 북측의 대남 압박 공세와 관련된 입장 질의에 “통일부에 문의해 달라”며 말을 아꼈다. 4일 김 제1부부장 담화 공개 직후 “(대북전단 살포는) 참으로 백해무익한 행동”(청와대 핵심관계자)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다른 기류였다.
청와대 입장에선 5일 밤 공개된 통전부 대변인 명의 담화에는 남측 협상 파트너인 통일부가 대응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통일부는 이날 “정부의 기본 입장은 판문점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한다는 것”이라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담화의 내용이나 성격 못지않게 김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 총괄 책임자로 나섰다는 점 또한 청와대가 신중한 대응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김 제1부부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특사단부터 시작해 3차례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 등이 각별히 대했던 북한의 핵심 인사다. 2선 지원에 치중하던 그가 대남 비난 선봉에 나선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지 청와대로선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당장 김 제1부부장의 카운터파트를 누구로 삼아야 할지부터가 쉽지 않은 선택이다.
다만 청와대의 침묵이 길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미국 대선(11월)까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 북한의 추가 도발이나 공세를 막고 대화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문 대통령의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