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주식시장이 폭락하자 주가 안정을 명분으로 자사주를 매입했던 금융회사 회장들이 주가 상승으로 많게는 수십억 원대 시세 차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어려울 때 ‘책임경영’을 나섰다는 신뢰 제고 효과에 더해 단기간에 쏠쏠한 투자 성과까지 내 ‘일석이조’의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25~26일 이틀에 걸쳐 한국금융지주주식을 26만3,000만주 매입해 70여일 만에 60억원 가량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취득 당시 3만2,226원과 3만4,232원이던 주가가 5일 기준 5만5,600원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수익률로 치면 70%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에 자사주 매입에 나선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앞서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 4월 5,668주(매입금액 1억2,781만원ㆍ취득단가 주당 2만2,550원)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만주(8,571만원ㆍ취득단가 9,555원, 7,588원)를 매입했다.
은행주는 주식시장이 반등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소외돼 지난달까지만해도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코스피가 2,100선까지 돌파하면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주가가 각각 5일 기준 3만1,250원, 1만50원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평가이익도 각각 4,931만원(수익률 38.6%)과 1,475만원(17.2%)까지 치솟았다. 3월17일부터 24일까지 4만주를 장내매수 했던 김기홍 JB금융 회장과 3월 중 5차례 자사주를 매입했던 김지완 BNK금융 회장 역시 각각 1,500만, 6,000만원 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사실 금융사 회장들의 자사주 매입은 고육책에 가까웠다. 금융사들의 주식은 코로나19 대출에 따른 금융사 부실 우려와 각국의 기준금리 대폭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 전망까지 겹치며 연초 대비 30~40%까지 고꾸라졌다. 금융권에서는 “초저금리 기조를 감안해도 기초체력에 비해 금융주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금융사 회장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주가를 방어를 위한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최고경영자(CEO)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주가가 바닥’이라는 신호를 줘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영향을 미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락장에서도 경영진이 자사주를 사는 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책임경영을 한다는 이른바 ‘대외적 이미지’를 통해 시장에 안정감을 주는 행위인데, 주가 상승으로 개인적인 투자 부문에서도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설명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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