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서울 서남부권과 경기ㆍ인천 수도권에서 속출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발 재확산이 인천 ‘거짓말’ 학원강사를 거쳐 부천의 뷔페, 쿠팡 물류센터를 통해 세를 키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단계 방문판매점, 동네탁구장, 어린이집, 지역 교회 등을 통해 무차별 확산한 데 따른 것이다. 이제 감염 차수를 따지는 일이 무의미할 정로도 광범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방역 당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확진자 감염 경로 파악 단계서부터 애를 먹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7일 오전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모두 57명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지역발생 사례가 53명으로 대부분 서울(27명)과 경기(19명), 인천(6명) 등 수도권에서 나왔다. 5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던 전날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주말 양일간의 확진자(108명) 중 해외 유입(12명)을 뺀 96명에서 수도권이 93명을 차지했다. 특히 부천과 가까운 서울 서남부권과 인천의 확진자가 눈에 띈다.
주말 사이 가장 큰 폭 증가를 보인 감염발원지는 서울 양천구 탁구장이다. 전날 오전 10시 기준 17명이던 탁구클럽 관련 확진자는 이날 오전 16명이 추가돼 모두 33명을 기록했다. 탁구장은 실내에서 이뤄지는 격한 운동으로 비말(침 방울) 전파 위험성이 높은 시설이었지만, '자유업'으로 분류된 탓에 방역 사각지대에 있었다.
양천구 관계자는 “헬스장처럼 '체육시설'이 아니어서 방명록작성 등 방역수칙 준수나 방역당국의 지도점검 대상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첫 확진자(52ㆍ남)가 나온 뒤 사흘 만에 30명 이상으로 늘어나자 해당 지자체는 비상이 걸렸다. 구 관계자자는 “자유업 특성상 영세하고 수가 많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관내 탁구장은 물론 비슷한 위험 시설에 대해 8일부터 집중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업종으로 집합 제한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기능’ 중심으로 집합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역시 서울 서남부권으로 분류되는 관악구 소재 다단계 업체 리치웨이 관련 환진자도 5명이 추가돼 누적 확진자는 45명으로 불었다. 노인을 상대로 건강용품을 판매해온 업체 특성상 확진자 대부분이 노인이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리치웨이 확진자들이 다닌 개척교회와 소규모 모임 등이 이뤄진 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명령을 6일자로 내렸다”며 “추가로 동선이 파악되는 대로 집합금지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교회발 확진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대부분 관리 감독이 소홀한 소형 교회들이라는 게 특징이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의 소형 교회인 ‘큰나무교회’ 목사와 가족, 신도 등 이 교회서만 이날 13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교회에서 예배를 본 신도들로 용인시 5명, 성남시 3명, 서울 노원구 2명, 서울 양천구 2명, 서울 송파구 1명 등이다. 이 외에도 서울 양천구 신월동 부활교회 신도인 택시기사와 이 교회를 다녀온 안양시 40대 한 명도 확진 판정을 받는 등 관리 감독이 느슨한 소형 교회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도 소규모지만 부천을 중심으로 서울 서남부와 수도권 지역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날 3명이 추가돼 누적 133명으로 늘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확진자(서울 구로구 거주)와 접촉한 수원 거주 50대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이 확진자가 다니는 수원동부교회, 이 곳을 통한 용인 어린이집 등으로 속수무책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 서남부와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무더기 속출하자 인천시는 유흥주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내려져 있는 집합금지 조치와 운영자제 권고를 이날부터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집합금지 조치 장기화로 각 업소들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전자출입명부 도입, 영업장 출입구 폐쇄회로(CC)TV 설치, 손님 인원 제한, 1일 2회 이상 환기ㆍ소독 등 방역 수칙을 지킬 경우 예외를 두기로 했다. 박남춘 시장은 “고강도 점검을 지속 실시하고 위반 시 고발 조치는 물론 손해배상 청구 등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수원=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인천=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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