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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독일 주둔 병력 9500명 감축에… “다음 차례는 한국”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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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독일 주둔 병력 9500명 감축에… “다음 차례는 한국” 우려도

입력
2020.06.07 19: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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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폴란드 오지즈에서 열린 유럽 주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합동 대규모 기동훈련 '세이버 스트라이크'에 참여한 미군들의 모습. 오지즈=AFP 연합뉴스
2017년 폴란드 오지즈에서 열린 유럽 주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합동 대규모 기동훈련 '세이버 스트라이크'에 참여한 미군들의 모습. 오지즈=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까지 독일 주둔 미군 9,000명 이상을 감축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미흡한 독일의 방위비 지출 등이 표면적 이유이지만, 취임 이후 줄곧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갈등을 빚다 군사적 보복에 나섰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자칫 지지부진한 한미 방위비 협상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3만4,500명 수준인 독일 주둔 미군 규모를 9,500명 줄이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는 여기에 상한선까지 씌워 독일 주둔군 최대 규모가 2만5,000명을 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현행 시스템에서 순환 배치나 훈련 참가 병력 등을 포함, 최대 5만2,000명까지 주둔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상을 빼내겠다는 뜻이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이런 지시가 담긴 ‘각서’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을 향한 트럼프 행정부의 누적된 불만이 주둔 병력 감축에 투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회원국이 방위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고 있다며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까지 인상하라고 압박했다. GDP의 1.36%를 방위비로 지출하고 있는 독일은 지난해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목표시점을 한참 먼 2031년으로 잡았다. 또 미국 반대에도 러시아 가스관을 독일까지 연결시키는 ‘노드스트림2’ 건설을 강행하고, 가장 최근에는 이달 말 워싱턴 개최가 예정됐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을 거부하면서 트럼프를 단단히 자극했다.

물론 미 행정부 관계자는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지난해 9월부터 이번 작업을 맡아 왔다”며 G7 불참에 대한 앙갚음은 아니라고 관련설을 부인했다. 독일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독일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외교채널을 통해 소문만 들었을 뿐 정부가 공식 통보 받은 사실은 없다”면서 “트럼프가 국내적으로 궁지에 몰릴 때 공세에 나설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아프가니스탄 철수부터 시작하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조치의 파급력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서도 미군 감축 및 철수를 단행하는 전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WSJ는 방위비 분담금 논쟁을 거론한 뒤 “다른 동맹은 ‘다음은 우리일까’라는 걱정에 휩싸일 것”이라며 한국을 지목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이미 GDP의 2% 이상을 방위비로 지출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아시아ㆍ태평양 전략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미 국방수권법(NDAA) 역시 주한미군 규모를 현행 2만8,500명보다 줄일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 조야에서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주둔 미군 정책이 어떻게 흘러가든 결국 웃는 쪽은 러시아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유럽 주둔 미 공군과 육군 본부는 물론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까지 독일에 위치하고 있고, 남서부 람슈타인 기지는 해외 미군기지 중 가장 큰 시설로 꼽힌다. 미국의 최대 우방 중 하나인 독일에 등을 돌리는 건 자국 안보를 위태롭게 할 뿐이라는 비판이다. 미 상원 군사위 소속 잭 리드 민주당 의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만 좋고 동맹국과 긴장을 높이는, 트럼프의 또 다른 리더십 실패”라고 맹비난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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