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법상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8일)을 앞두고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로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법사위원장 쟁점’을 넘지 못하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관례에 따라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은 야당 몫이라고 주장해 오다 예결위원장은 양보할 의사를 비쳤으나 법사위원장은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도 다른 건 몰라도 법사위원장만은 내놓을 수 없다며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법사위원장을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가 아니라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 개선이 본질이라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향후 국회 개원 때마다 충돌이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양보하지 않는 이유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십분 활용해 원내 103석의 열세를 이겨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역시 야당이 법사위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아 개혁법안의 발목을 잡는 것을 막기 위해 법사위를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의 21대 총선 공약에도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가 포함돼 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기능이 악용돼 법안 심사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상임위의 입법 취지에서 어긋나게 법안을 수정하는 등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여야 의원 대다수가 인정하는 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 자신도 초선의원 시절인 2006년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다. 문제는 여야가 바뀔 때마다 이런 입장이 180도 달라진다는 데에 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국회법 개정안과 민주당 공약집에는 체계·자구 심사기능을 법사위에서 각 상임위, 국회 사무처 법제실로 넘겨주거나 국회법제지원처를 신설해 맡도록 하는 방안, 국회의장이 지정한 기구에서 하도록 하는 등의 대안이 제시됐다. 법사위가 상원으로 군림하는 문제를 없애면서 본래의 체계·자구 심사 기능을 수행할 방법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를 넘어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의만큼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21대 국회 원 구성은 법사위 개혁을 포함, 일하는 국회를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여야가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 기능에 대해 가닥을 잡아 조속히 상임위 배분 협상을 마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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