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년 동안 전국에 안 다녀본 건설현장이 없었죠. 그나마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터진 2월부터 일감이 끊겼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쪽으로 눈을 돌린 겁니다.”
21대 국회에 일용직 노동자로 잔뼈가 굵은 보좌관이 영입돼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조정훈 시대전환당 의원실 4급인 권병태 보좌관이다.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까지 받고 관련 사회과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공사현장에 나서기 시작한 게 벌써 9년 전이었다. 그런 찰나에 평소 알고 지내던 조 의원의 당선 소식이 들려왔다. 권 보좌관은 7일 “노동의 최전선에 있던 경험을 살려 일하고 싶다고 조 의원에게 연락을 했고 조 의원이 흔쾌히 수용하면서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생활정치’를 의정활동의 모토로 내세운 조 의원에게도 권 보좌관은 안성맞춤이었다. 조 의원은 “ ‘생활 정치’ 구현을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해온 분들을 입법노동자 파트너로 함께 모시고 싶었다”고 보좌진 구성 배경을 설명했다. 조 의원실에는 권 보좌관 외에도 워킹맘을 대표하는 박설희 비서와 소상공인 출신의 이종학 비서 등이 포진했다.
조 의원실처럼 막 시작한 21대 국회에서는 이색적인 보좌진 구성이 눈길을 끈다. 20대인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은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이다. 30대 초반이면 보통 다른 의원실에서는 6급 이하가 대부분이지만, 류 의원실은 나이를 특히 신경 썼다. 9명의 보좌진 중에서 20대가 3명, 30대가 4명이다. 다만 경험이 필요한 4급 보좌관과 공보비서만 40대로 구성했다. 류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보다 젊어진 보좌진의 시각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입법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경쟁자에서 ‘의원-보좌관’ 으로 다시 관계가 정리된 경우도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허영일 보좌관이 대표적이다. 허 보좌관은 지난 4ㆍ15 총선에서 이 의원과 같은 서울 동작을 예비후보로 출마했지만 당에서 이 의원을 전략공천 하면서 밀려났다. 하지만 지역 사정에 누구보다 정통한 허 보좌관은 총선 당시 이 의원 캠프 좌장으로 당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허 보좌관은 “당선뿐 아니라 지역 안착까지 도와드리는 것이 당원으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실 남호균 보좌관은 19대 국회 당시 이학재 새누리당(현 통합당) 의원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경험이 있다.
탈북민 출신 통합당 지성호 의원실에는 탈북민 출신 보좌진들이 합류했다. 9명의 보좌진 중 비서관 2명과 비서 1명 등 3명이 탈북민 출신이다. 지 의원이 국회 입성 전부터 주력했던 탈북민 정착 지원과 북한인권 활동 관련해서 연이 닿은 사람들이다. 지 의원은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북한 인권 증진 등 전문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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