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병 이후 미국에서 세제와 표백제 같은 음용 불가 물질에 노출된 사람이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는 아예 표백제를 마시는 등 극도로 위험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감염병 두려움은 큰데 아직 확실한 치료제나 백신은 나오지 않아 비과학적 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가정 청소 및 소독 지식과 관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5월 한 달 동안 미국 성인 502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들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가정 내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했다. 응답자 중 60%는 감염병 사태 이전과 비교해 청소나 소독을 더욱 자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되레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도 빈발했다. 과일, 채소 등을 표백제로 세척(19%)하거나 손, 발 등 피부에 청소용 세제와 표백제를 사용(18%)하기도 했다. 심지어 비눗물과 희석 표백제를 마시는가 하면, 양치 용도로 사용했다는 응답도 4%나 있었다. “응답자의 39%가 건강에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게 CDC가 내린 결론이다.
때문에 응답자의 25%는 코와 피부, 눈 등에 자극이 발생했으며 현기증이 나타난 사례도 8%에 달했다. CDC는 “적어도 한 가지의 고위험 행동을 한 응답자 중 39%가 건강 이상을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미 NBC방송은 이날 “4월 CDC 보고서에는 지난해 대비 세제 등 관련 독극물 신고 전화가 20% 증가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안전사고 위험성이 대두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라리아 치료제로 쓰이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던 3월에는 애리조나주(州)에 거주하는 한 부부가 수족관 청소용으로 사용되는 인산클로로퀸을 섭취해 한 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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