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준의 야구수다] 호랑이의 보약 된 거인… 국가대표급 타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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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준의 야구수다] 호랑이의 보약 된 거인… 국가대표급 타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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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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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가 지난 3일 광주 KIA전에서 적시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나쁜 의미의 천적 관계를 만들지 마라.’

시즌을 치르는데 하나의 불문율 같은 얘기다. 팀의 상승세가 멈추고 반대로 수렁은 더욱 깊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롯데는 KIA만 만나면 작아진다. 벌써 상대 전적은 6전 전패, 지난 시즌 포함 KIA전 9연패다. 롯데의 KIA전 평균 실점은 7.7, 평균 득점은 1.7이다. 수치상 이길 수가 없다.

개막 초만 해도 롯데는 민병헌 안치홍 이대호 손아섭 전준우 등 국가대표급 상위 타선을 가졌다며 다른 팀에 부러움과 부담감을 줬다. 이들은 속구와 변화구를 함께 대응하는 ‘천재형’ 타자다. 웬만해선 바깥쪽과 몸쪽 코스 중 하나를 노리거나,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당겨치거나 밀어치기를 미리 결정하거나, 상대 투수의 특정 구종 만을 노리거나 하지 않는다. 특히 타석에서 자신을 믿어야 하는 순간에는 더욱 그런 성향이 뚜렷하다.

하지만 속구 타이밍에 변화구를 동시에 마크하는 천재형 타자의 집합체라도 횡으로 휘는 변화구가 아닌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자신의 스윙에 맞지 않고, 투수의 구위가 상대적으로 우위일 때는 그리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증명됐다. KIA는 시즌 첫 3연전 당시 이민우(6이닝 2실점), 가뇽(6이닝 무실점), 임기영(8이닝 1실점)까지 선발 3명이 모두 종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롯데 타선을 꽁꽁 묶었다. 롯데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했지만 변하지 못했고, 결국 시즌 시작부터 KIA에 주도권을 내줬다.

KIA 임기영의 5월21일 롯데전 등판 성적. SDE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 제공

덧붙여 좋은 타자들은 ‘호구필타’라, 좋은 공을 반드시 친다. 투수의 실투를 결과로 만든다. 그래야 높은 실적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타석에서 언제든 칠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적극성은 필수다. 스트라이크를 반드시 넣어야만 하는 투수에게 위협이 되고 실투가 들어오게 되는 선순환이 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다. ‘적극적으로 친다’는 의미에는 자신이 치려고 하는 공 또는 존에 왔을 때라는 조건이 따라야 한다. 자신이 노리는 공과 존이 아닐 때는 과감하게 스윙을 멈추는 것, 프로가 말하는 좋은 선구안이란 바로 이런 의미다.

‘적극적으로 쳐라’는 의미에 오해가 있으면 마운드 위 투수를 돕는 꼴이 된다. 절체절명 득점권 같은 상황에서는 특히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 사실 롯데의 KIA전 실패는 어쩌면 여기서부터였다.

롯데 허문회 감독이 4일 광주 KIA전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10번에 3번의 성공, 3할을 치면 잘 친다고 평가 받는 게 타격이다. 각자 7할의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 실패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믿고 이어가야 한다. 그렇게 시즌이 끝날 때면 잘 치는 타자들은 자신의 평균 실적인 3할에 도달한다. 그들은 자신의 방법을 믿어야 하고 또 존중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고, 그 실패로 인해 팀이 이기지 못한다면 그들의 방법은 상황에 따라 조금 변화하는 게 맞다.

롯데의 KIA전 9연패 과정, 같은 실패를 되풀이했고 이미 주도권을 뺏겼다. 반면 KIA는 롯데만 만나면 모든 게 순조롭게 잘 풀린다. 앞으로 롯데를 만나면 필요 이상의 힘을 낼 것이다. 약육강식 세계의 본질이다. 당연하지만 롯데는 이 흐름을 빨리 끊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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