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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들 “코로나 위기엔 써 본 적 없는 요술 방망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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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들 “코로나 위기엔 써 본 적 없는 요술 방망이를”

입력
2020.06.07 11: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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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 본부에 있는 로고.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 본부에 있는 로고. 프랑크푸르트=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맞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과거에는 시도조차 해 본 적 없는 이른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경쟁적으로 꺼내 들고 있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친숙해진 ‘양적완화(QEㆍ시중 유동성 공급을 위한 국채 등 장기채권 매입)’는 이제 평범한 일상이 됐다. 기준금리를 아예 마이너스로 내리거나, 시중 채권금리를 일정 수준 안에 가두는 작전처럼 금융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정책조차 서슴지 않는 것이 요즘 중앙은행들의 위기 대처용 ‘요술 방망이’다.

◇잇따르는 ‘금시초문’ 정책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에 대응해 내놓았던 ‘팬데믹 긴급 매입 프로그램(PEPP)’의 채권 매입 규모를 기존 7,500억유로에서 1조3,500억유로까지 6,000억유로 더 늘리고 매입 시행 기간도 내년 6월까지로 연장했다.

PEPP는 ECB의 요술 방망이다. 기존 QE와 달리, 유로존 회원국의 ECB 출자 비율과 상관 없이 코로나 피해가 큰 회원국에 유동성을 더 공급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ECB는 기존 QE도 계속 진행하고 있어, 5월 말 기준 ECB가 매입한 자산을 모두 합치면 2조9,700억유로(약 4,070조원)나 된다.

각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그래픽=김문중 기자
각국 중앙은행의 비전통적 통화정책. 그래픽=김문중 기자

QE만으로 모자란 주요국 중앙은행은 더 극단적인 수단까지 속속 꺼내 들 기세다. 이미 ECB와 일본은행, 스위스ㆍ덴마크 중앙은행 등이 적용 중이고, 영국 영란은행이 최근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마이너스 정책금리’가 대표적이다.

마이너스 금리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려도 돈이 시중에 돌지 못하고 은행 등에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한 극약 처방이다. 은행이 가진 현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면 이자 대신 보관료를 내라고 요구하는 정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마이너스 금리 대신 ‘수익률 곡선 관리(YCC)’ 카드를 집중 검토 중이다. YCC는 중앙은행이 시중에서 거래되는 특정 국채 금리의 상하한선을 설정해 두고 채권을 사고 팔아 인위적으로 금리를 목표 수준에서 유지하는 정책을 말한다.

위기를 맞아 정부와 중앙은행이 지나치게 국채를 찍고 거래하다 보니, 시장 금리의 기초가 되는 국채금리가 제멋대로 움직여 아예 시장 수요공급으로 움직이던 국채금리를 관리하는 데까지 이른 셈이다. 일본은행은 2016년부터 시행했고 호주중앙은행도 올해 3월에 도입했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 중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워싱턴=AP 연합뉴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 중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돈을 무제한 찍어낸다는 의미로 올해 초 유행한 인터넷 밈(memeㆍ유행요소) 중의 하나인 ‘돈 인쇄기야 돌아라 부르릉‘. 유튜브 캡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돈을 무제한 찍어낸다는 의미로 올해 초 유행한 인터넷 밈(memeㆍ유행요소) 중의 하나인 ‘돈 인쇄기야 돌아라 부르릉‘. 유튜브 캡처

◇파격 정책 결말은 해피엔딩일까

중앙은행들이 이처럼 극단적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미 기준금리 조정 수준으로는 별 효과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시장은 연준 등의 적극 돈 풀기로 안정됐지만, 실물 경제는 여전히 불안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ECB는 4일 유로존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8.7%까지 낮추어 부양책 확대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미 미국 연준은 ‘무제한’ QE를 시행 중이다. 지난 3일 기준 연준의 보유자산 규모는 7조2,100억달러(약 8,710조원)에 이른다. 영란은행도 보유자산 규모를 기존보다 2,000억파운드 늘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브라질,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중앙은행도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무제한 돈 풀기’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중앙은행 보유 자산의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실제 시장의 자율 조정 기능이 저하되고 △중앙은행이 다시 보유 자산을 축소할 경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될 수 있기 때문에 출구전략을 구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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