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조재우의 Biz잠망경] “정년 연장 논의 시작해야 하지만 정략적 접근하면 실패할 수 있다”

입력
2020.06.05 15:16
0 0

국민연금 재정 2040년부터 적자, 2054년 고갈

정년 연장, 세대갈등 노사갈등 일으킬 소지 많아

‘소득 크레바스’ 줄이도록 연금수급과 연동해야

프랑스 사람들이 정년연장에 반대해 수 백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외신기사를 보면 다소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어떻게든 회사에 오래 붙어야 한다는 우리 정서와는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정년을 맞아 직장에서 나오더라도 자존감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연금제도가 부실하기 때문에 교사 등 일부 공무원을 제외하면 연금으로만 살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프랑스 사람들이 파업하고 시위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 정년은 축복의 시작이다. 정년이 연장되면 연금혜택이 줄어드는 셈이된다. 그동안 60세까지만 일하면 연금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었던 것이 몇 년 더 일해야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정년을 맞아 지긋지긋한 노동에서 해방되면서 연금을 받으며 여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더 이상 연금 재정을 감당할 수 없으니 하루라도 빨리 개편을 하려 한다. 프랑스는 1990년대 자크 시라크 정부 이후 연금개편을 추진해왔으나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 역시 정년 연장을 하거나 실질적인 연금 수령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연금체계 개편을 시도하고 있으나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는 어떨까. 부부교사가 연금혜택으로는 최고라고 한다. 1958년생인 친척은 올해 초 중학교 교장을 끝으로 은퇴를 했다. 하지만 생활비 걱정은 없다. 월 300만원 이상 연금을 받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도 교사라 2년 뒤 은퇴하면 부부가 받은 연금이 700만원에 육박한다고 했다. 하지만 몇 차례 여행을 한 뒤 해외에서 한국어 교사 등으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하려고 한다. 돈보다 활동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허구한 날 산으로 나돌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다. 보통의 경우는 정년을 채우고 나와도 국민연금은 200만원이 채 안 된다. 모아놓은 자금이 없다면 생활을 하기가 쉽지 않다. 연금 등 제도적 기반이 고령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주택연금을 신청하는 것이다. 그나마 집이라도 있는 사람들 얘기다.

국민연금 재정수지도 걱정스럽다. 국민연금 재정은 2040년부터 적자가 시작되어 2054년께 적립금이 고갈된다는 것이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이다. 연금이 고갈되면 세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세금을 낼 인구가 줄어드는 마당에 연금까지 세금으로 채워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이미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연금액수를 줄이자거나 납입금을 늘리자는 논의가 있으나 진전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정년 연장 얘기가 나온다. 일본은 ‘65세 정년’ 제도가 순조롭게 착근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내년 4월부터는 사실상 70세로 연장된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정년연장 모델을 눈여겨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30년이면 일본의 현재 인구구조와 유사하게 된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세대간 일자리다툼, 노사갈등 기업부담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풀기가 난해한 방정식이기도 하다. 당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면 한해 16조원에 가까운 추가부담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년 연장 제도를 당장 도입하기가 어렵더라도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올해 2월 “고용 연장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바 있고 노동계도 반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5년내에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다가온다. 생산가능 인구는 올해부터 매년 32만명씩 줄어든다. 정년연장이든 고용연장이든 정부가 해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 크레바스(crevasseㆍ공백)’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꺼번에 정년을 65세 등으로 연장할 것이 아니라 2023년 63세, 2028년 64세, 2033년 65세 등으로 되어있는 국민연금 수급시기와 연동시키는 것이 좋은 방안이라는 것이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 문제가 강력한 이슈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합리적인 결과보다 정략적 결과가 나올까 걱정이다. 그래서 더 신중하고 탄력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조건 정년연장을 해서는 임금피크제처럼 커다란 허점이 나타날 수 있다. 조건을 잘 달아야 하고 임금삭감 연금개혁 등의 규정도 연동시켜야 할 것이다.

조재우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