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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덜 못하기 위해 열심히 한다

입력
2020.06.0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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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나는 5년째 축구를 하고 있다. 내가 속한 축구 팀은 주말마다 모인다. 우리는 다른 팀과 경쟁하지 않고 우리끼리 편을 나눠, 평화롭지만 열정적으로 공을 찬다. 잘하는 사람도 있고 조금 부족한 사람도 있지만 서로에게 보내는 격려나 칭찬만큼은 아낌없다. 훈훈하고 안온한 분위기에서 나는 제법 오래 축구를 해 왔다.

나는 이 팀에서 축구를 못하는 사람을 맡았다. 들어오기 전까지 축구를 직접 하는 것에 관심이 없었고 학창 시절에도 열심히 해본 적이 없었다. 막상 축구를 시작하자, 몸을 사용하며 사람들과 부대끼는 운동은 정말 재미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30대에 시작한 운동을 잘하기는 어려웠다. 처음 내 실력은 눈앞에 놓인 공을 걷어차면 높은 확률로 전방을 향해 굴러가는 정도였다. 실전에서는 수비 진영에 있다가 공격수가 공을 몰고 오면 뛰어가서 재주껏 걷어차는 역할을 맡았다. 그보다 복잡한 플레이는 선천적으로 불가능했다.

5년이 지났어도 실력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공이 전방으로 굴러갈 확률이 더 높아진 정도다. 게다가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사람을 이길 수 없다. 그들은 기본 동작부터 다르고 실력도 빨리 는다. 실제 인간의 성장기에 많은 것이 좌우된다. 어렸을 때 반복해서 신체를 훈련하면 그 방식으로 신체가 리모델링된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피아노를 꾸준히 연습했고, 지금은 한동안 쉬어도 건반 앞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연주가 가능하다. 하지만 축구에 있어서는 이미 늦었다. 어떻게 노력해도 잘하기는 불가능하며 좀처럼 실력이 늘지도 않는다. 내겐 평생 축구를 못하는 일만 남았다.

반면 나는 대체로 잘하는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 왔다. 어렸을 때부터 노력했던 몇 가지는 직업이 되었다. 그 직업에 있어 나는 보통 편하게 임한다. 잘해 온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사가 “나는 아무래도 진료에는 자신이 없어.”라고 한다면 무책임하다. 작가가 “나는 아무래도 글쓰기는 못해.”라고 말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축구라는 취미에 있어 “내 축구는 절망적이야.”라고 해도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 그래서 순수한 애정으로 ‘못하는 일’에 임하고 있다.

그렇게 매주 신발끈을 묶으며 ‘못하는 일’에 대해 고찰한다. 사실 ‘못함’은 한 단계가 아니다. 전날 과음하거나 몸이 준비가 안 되면 나는 평소보다도 더 못한다. 반면 달리기를 하고 운동장에서 연습도 한 날은 확실히 조금 덜 못한다. 기본적으로 잘하지 못할지라도 최선을 다해 준비한 상태와 그렇지 않은 상태는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번 ‘오늘은 덜 못할 것’이라고 결의를 다진다. 하지만 대체로 생각처럼 되지 않고 이기기 쉽지 않다. 사실 잘하는 사람도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나처럼 오늘을 위해 노력했다. 비슷하게라도 공을 차려면 나는 더 노력하거나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러면서 ‘못하는 일’을 포함한 모든 일에 대해 생각한다.

생각은 ‘못하지 않는’ 다른 일까지 닿는다. 나는 축구를 못해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직업적인 일에 임할 땐 다소간 마음이 편하다. 그 정도로 꾸준히 오래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함’ 또한 한 단계가 아닐 것이다. 소홀히해서 잘할 수 있는 일은 없고, 모든 일에는 최선이 있다. 성심성의껏 준비하면, 그날따라 더 완벽한 처치를 하거나 조금 나은 글을 쓰는 내가 되기도 할 것이다. 사람에게는 실상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 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축구장에서 공을 걷어차려고 땀 흘려 뛰어다니며, ‘최선을 다 하는 일’의 엄중함과 무게를 배운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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