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사당국이 2007년 포르투갈 남부 해변 휴양지 프라이아 다루스에서 발생한 세 살 여아 매들린 맥캔 실종사건(본보 2월 7일자)의 새 용의자를 특정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장기 미제사건의 실마리가 13년 만에 풀릴 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다.
영국 런던경찰청은 3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43세의 독일인 소아성애자가 매들린을 납치한 용의자”라고 밝혔다. 신원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백인 남성이고 짧은 금발 머리를 했으며, 과거 성폭력 및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적 있는 인물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남성은 현재 다른 청소년 성범죄 혐의로 독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들린은 2007년 5월 3일 부모와 함께 휴가차 들린 프라이아 다 루즈의 한 아파트에서 사라졌다. 매들린의 부모는 아파트에 세 살배기 매들린과 당시 2세였던 이란성 쌍둥이를 재운 뒤 100m 떨어진 식당에서 친구들과 한 시간가량 식사를 하고 돌아와 딸의 실종 사실을 알게 됐다. 매들린이 있던 방 창문의 자물쇠가 뜯긴 채 열려있던 것으로 보아 유괴가 분명했지만 범인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후 13년간 매들린 가족은 딸의 행방과 관련한 단서를 찾는 데 매달려왔다. 매들린 실종사건은 영국은 물론 온 유럽을 떠들썩하게 했다. 축구스타 데이비드 배컴, ‘해리포터’ 작가 조앤 롤링이 나서서 그의 실종을 적극 알렸고,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매들린의 무사 귀환을 호소하는 특별 기도를 올렸을 정도다. 그러나 살아있다면 청소년으로 훌쩍 자랐을 매들린은 지금까지도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결정적 제보는 매들린이 실종된 지 10년이 지난 2017년에 나왔다. 매들린을 납치한 사람이 독일인이라는 익명의 신고였다. 영국 경찰은 포르투갈ㆍ독일 수사당국과 공조해 2007년 포르투갈에 머물던 독일인을 조사했고, 당시 밴 차량을 이용해 여행하던 용의자가 매들린이 납치되던 날 프라이아 다루스에 머무른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용의자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 차량 2대 중 한 대의 명의가 매들린의 실종 직후 바뀐데다 그가 사용한 휴대전화 기록도 확인돼 범행에 연관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런던 경찰청은 설명했다.
용의자 특정 소식을 접한 매들린의 부모는 수사당국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들은 사건이 미궁에 빠지자 한때 범인으로 몰려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게리와 케이트 매들린은 “우리가 원한 것은 매들린을 찾고,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매들린이 살아있을 것이란 희망을 버리지 않겠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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